[美 디트로이트 파산의 교훈] 車·공무원 노조 '철밥통' 양보안해…기업 떠나자 '몰락의 길'

입력 2013-07-19 17:06   수정 2013-07-19 23:36

'美 자동차 산업의 고향'왜 무너졌나

'기업이 퇴직자 연금·건보료 보장' 결국 재앙
공장 사라지며 중산층 엑소더스…돈줄 말라



2차 세계대전 후 세계 자동차 산업을 주도했던 제너럴모터스(GM) 경영진은 노조가 두려웠다. 퇴직 후에도 근로자에게 연금과 건강보험료를 지급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디트로이트협약’이 1948년 나온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이 협약이 GM은 물론 ‘미국 자동차산업의 고향’이라는 디트로이트시까지 파산으로 몰고갈 것이라는 건 당시엔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미국의 3대 자동차 브랜드 GM과 포드, 크라이슬러의 본산인 디트로이트가 18일(현지시간) 파산신청을 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민간과 공공의 과도한 복지 부담이었다. 차산업 종사자에 대한 높은 복지비용은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왔고 차업체의 디트로이트 탈출 러시는 세수 감소로 이어졌다. 이 와중에도 손을 대지 못한 공무원연금 등 공공복지 비용은 시 재정을 벼랑으로 몰고 갔다.

◆문제의 ‘디트로이트 협약’

매년 북미모터쇼가 열리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 산업에서 상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는 디트로이트를 떠난 지 오래다.

현재 디트로이트에 남아 있는 완성차 제조공장은 크라이슬러의 사륜구동 그랜드체로키 생산 공장뿐이다. GM과 포드 등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은 디트로이트 공장을 폐쇄하고 해외로 공장을 옮겼다. 1979년 85만명이던 미국 내 GM 직원은 최근 23만명까지 줄었다. 지난해부터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디트로이트 경제가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유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쇠퇴는 일본차와의 과도한 경쟁과 소비자를 외면한 공급자 중심 제조 방식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지만 노조원에 대한 과도한 복지비용을 빼놓을 수 없다. 디트로이트협약에 따른 연금 및 보험료 지급 부담은 1970년대를 거치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GM은 1993년 이후 15년간 1030억달러(약 115조원)를 여기에 쏟아부었다.

폴 크루그먼 등 분배를 강조하는 진보 경제학자들에게 ‘노사합의의 모범’으로 거론되는 디트로이트협약이 GM에 이어 다른 자동차 기업에도 적용되면서 산업 경쟁력은 동반 하락했다. 2009년 GM 파산 당시 복지비용을 지원받고 있던 퇴직자는 40만명으로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18만명)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자동차 산업이 쇠퇴하면서 제일 먼저 사라진 것은 중산층이다. 1950년대 185만명이던 인구가 2011년 70만명까지 줄면서 7만채의 주택과 건물이 비었다. 슬럼가가 늘면서 1960년대까지만 해도 디트로이트 인구의 20%를 넘지 못하던 흑인 인구 비율은 2010년 82%로 확대됐다. 1인당 연간소득은 2만8000달러로 4만9000달러인 미국 평균의 57% 수준이다. 그만큼 세수도 빠른 속도로 감소했다.

◆공공복지 비용에 시 재정 질식

이처럼 세수는 줄었지만 공무원 연금과 의료보험 관련 비용은 줄이지 못했다. 지난 2월 미시간주 조사에 따르면 디트로이트의 재정수지가 악화되는 와중에도 공무원 복지비용은 늘어 2017년에는 전체 인건비의 83%가 경찰과 소방관 연금 지급에 사용될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시정부는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2008년 이후 매년 1억달러 이상을 빌리고 있다. 빌린 돈의 상당액은 퇴직 공무원에게 연금과 보험료를 주기 위한 것이다.

공공복지에 능력 이상의 돈을 쓰고 있지만 공공서비스는 미국 내 최악이다. 디트로이트에서 신고 후 경찰이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8분으로 미국 평균(11분)의 다섯 배 이상이다. 미국 전체 평균이 30.5%인 사건 해결률은 8.7%에 불과하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됐지만 관련 이익단체들은 양보를 거부했다. 디트로이트 퇴직공무원협회 등은 성명에서 “주 헌법을 통해 보장된 연금과 보험료 지급이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미시간주정부 등이 복지비용 지출을 중단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고 파산신청을 했다”고 비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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