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안전 관한 국민 의식전환 시급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해양문화연구원장>
연초가 되면 토정비결을 들춰 한 해 운수를 따져본다. 그 운수에서 빠지지 않는 불운이 수(水), 즉 물조심이다.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물가에 가지 말라니, 이런 반해양적 사고가 또 있을까 싶다. 물은 언제나 외경심을 주는 무서운 측면도 있으나 이는 회피한다고 극복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친하게 지내려는 친수로 해결돼야 한다.
한국인은 보편적으로 물을 관조하는 입장이지 물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다. 그러나 해상교통, 수산업의 발전으로 물은 이미 삶의 한가운데로 들어와 있다. 그럼에도 자동차·철도 등 육상교통의 안전에는 민감한 반면에 해상교통이나 수영 등 해상레저의 안전에는 둔감하다.
해양수산부가 들어서면서 이룬 성과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해양안전에 관한 태도 변화다. 작년부터 범정부적으로 국가해사안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올해는 해양안전헌장 선포 등이 이뤄지고 있다. 늦었지만 해양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 참으로 다행이다.
곧 지루한 장마가 끝나면 너도나도 산과 바다로 피서를 떠날 것이다. 금년 여름에도 어김없이 해양사고가 발생할 것이다. 작은 사고도 있지만 의외의 대형사고 위험도 늘 도사리고 있다. 해양사고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은 범국민적인 의식전환밖에는 방법이 없다.
유치원생의 필수 견학코스에 어린이 교통 안전시설이 포함된다. 어릴 적부터 교통안전을 가르쳐서 사고에 대비하려는 뜻이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거나 평생 불구자로 생을 마감하는가. 교통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육상안전에 비해 우리 사회의 해양안전에 관한 의식 수준은 어떠한가.
얼마 전부터 바다에서도 음주운전을 적발하고 있다. 자동차 음주운전은 큰 문제라 생각하는 많은 이들도 선박 음주운전에는 무관심하다. 이런 가운데 많은 소형 선박들이 빈번하게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해수욕장에서 해마다 인명사고가 벌어지는 것은 거의 고전에 가까운 사고일 것이다. 해양레저스포츠가 급증하면서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해양안전 생활이 일상화하려면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을 통해서만 해양안전은 확보될 수 있다. 민간과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해양안전실천본부가 7월에 출범한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더운 여름, 저마다 바닷가로 나아가는 시점에서 우리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해양안전에 관한 관심을 촉구해본다. 건강한 사회, 행복한 사회의 선결 요소 중에 육상안전 못지않게 해양안전의 매뉴얼 구축과 해양안전 문화 확산을 포함시켜야 하지 않을까.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해양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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