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극해의 빙하가 관측 사상 최소 규모인 341만㎡까지 줄었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얼음이 빨리 녹자 북극항로 전 구간의 뱃길도 해빙됐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부산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운송거리가 30% 줄고 기간도 40일에서 30일로 단축된다. 파나마운하를 거치면 25일 걸리는 미국 뉴욕으로 가는 길도 19일로 줄어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북극해의 해빙기는 9월 한 달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7월부터 10월까지 넉 달로 늘어났다. 2020년에는 6개월, 2030년엔 1년 내내 배가 오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항로를 이용한 선박은 2010년 4척에서 지난해 46척으로 늘었다. 물동량도 그만큼 늘었다. 그래서 세계 항만 판도도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홍콩과 싱가포르로 집중됐던 화물이 한국과 일본으로 옮아갈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문제도 없진 않다. 우선 북극항로에 배를 띄우려면 러시아의 허가를 받고 화물 종류와 무게에 따라 통행료를 내야 한다. 유빙에 견딜 수 있는 배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안전인증까지 추가로 받아야 한다. 당연히 선박 건조비용이 늘어나고 위험에 따른 보험료도 올라갈 것이다. 이런 문제를 감수하고도 북극항로를 이용하려는 것은 물류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관심을 끄는것은 북극해의 엄청난 천연자원이다. 원유 매장량이 전 세계의 25%, 천연가스는 45%에 이를 정도다. 금, 다이아몬드, 우라늄 같은 광물도 풍부하다. 연간 수산 어획량 또한 세계의 40%선이다. 그래서 ‘지구의 마지막 노다지’로 꼽힌다. 각국의 선점 경쟁도 그만큼 뜨겁다. 북극해 연안 5개국(러시아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은 앞다퉈 개발전략을 발표하며 탐사에 나서고 있다.
2007년 북극 해저에 국기를 꽂은 러시아는 북극 영유권 증거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동항(겨울에 얼지 않는 항구)을 확보하느라 애를 태웠던 러시아가 블라디보스토크에 ‘동방을 지배하라’라는 뜻의 이름을 붙인 걸 떠올리면 북극에 집착하는 이유가 더 분명해진다. 중국도 지난해 쇄빙선을 시범운항하며 석유개발 등 ‘북극공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핵잠수함 훈련까지 벌이며 탐사 예산을 40%나 증액했다. 캐나다 역시 10개 광구 개발에 나서고 있다. 북극이 신(新)냉전지가 될 것이라는 소리도 그래서 나온다.
우리 정부가 북극이사회의 정식 옵서버로 가입한 데 이어 다음달 국적선사 3곳이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선다. 이제 뱃길을 열었으니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도록 자원개발 등으로 관심을 넓혀야 할 때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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