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높은 개발신탁 증가세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신탁사가 개발사업의 주요 시행사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 등 금융회사가 사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일반 시행사보다 규모가 크고 공신력이 높은 부동산신탁사가 시행 업무를 대리하는 토지신탁(개발신탁)을 선호하고 있어서다. 부동산신탁사는 수수료가 낮은 단순 관리신탁과 담보신탁을 줄이는 대신 개발사업을 대행하고 공사비 등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토지신탁을 늘리면서 수익성도 나아지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4월 서울 서초동 도시형생활주택 ‘서초 중흥 S-클래스’의 시행사로 이름을 올렸다. 코람코자산신탁도 서울 상암동에 들어설 오피스텔 ‘상암월드시티’의 시행사다. 하나다올신탁은 지난 5월 서울 성수동에 지식산업센터를 건립하기로 하고 군인공제회로부터 270억원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을 조달했다.
이처럼 부동산신탁사들이 시행사로 나서는 이유는 경기침체로 일감이 줄어들어 수수료가 낮은 담보신탁과 관리신탁으로는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담보신탁의 수수료는 대출액의 0.5%에도 못 미치는 반면 개발신탁 수수료는 3~4%로 높다. 개발업체들도 건설사가 지급보증을 꺼리는 탓에 PF 대출을 받기 위해 부동산신탁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부동산신탁사의 매출(영업수익) 중 토지신탁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7개 부동산신탁사의 전체 영업수익 중 토지신탁이 차지하는 비중은 42.3%에 달한다. 하나다올신탁 관계자는 “시공사와 사업비 대출을 분담하거나 토지주를 사업에 참여시키는 등 차입형 토지신탁 방식도 선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입형 토지신탁 증가로 부동산신탁사들의 수익도 크게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개 신탁사의 당기순이익은 총 1132억원으로 전년 대비 96.9% 증가했다. 차입형 토지신탁에서 나온 수익이 119.1% 늘어난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하지만 개발사업을 벌이는 토지신탁 분야는 시행사의 리스크를 대신하기 때문에 사업이 부진할 경우 부동산 신탁사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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