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투명성 확보돼야 성장 가능
박종구 <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
중국 경제의 올 2분기 성장률(7.5%)은 7%대 중반으로 낮아졌다. 작년 1분기 8.1% 성장 이후 7%대로 둔화되는 양상이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에 따라 수출과 투자 위주의 고성장 전략은 내수 중심의 안정적 성장정책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중앙정부 중심의 톱다운식 경제 운영은 더 이상 중국 국가 발전의 성공조건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고령화, 생산가능인구 둔화에 따라 혁신 없는 고성장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중국 경제의 지속 성장은 결국 내수 활성화, 산업구조 개편, 도시화, 서부 개발 등의 성과에 달려있는 셈이다.
내수 중시 정책은 안정적 소비 증가와 서비스산업 발전을 전제로 한다. 리커창 총리는 “국내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혁신과 열린 생각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2011년 기준으로 3차 산업 비중은 44.6%로 2차 산업 45.3%와 비슷하다. 문제는 외식업, 도소매업 등 부가가치가 낮은 부문의 비중이 크고 저임금·미숙련 노동력이 과잉 고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맥킨지가 지적한 대로 의료 교육 등 공공서비스 및 비즈니스 서비스 부문 확대와 서비스 생산성 향상이 관건이다.
국유기업의 취약성은 또 다른 변수다. 국유기업이 국내총생산(GDP)과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기준으로 17.1%와 10%나 된다. 세계 10대 은행 중 중국계는 중국공상은행 등 네 개나 된다. 석유 가스 등 주요 네트워크산업을 독점하고 경쟁제한 및 진입장벽을 통해 기간산업의 독점력을 유지하고 있다. 비제도권 금융, 이른바 ‘그림자 금융’ 규모도 GDP의 54%에 이르고 있다. 유사한 글로벌 기업에 비해 몇 배나 되는 과잉 고용, 높은 임금, 과도한 복지는 국유기업을 ‘너무 커서 망하지 않는(too big to fail)’ 철밥통으로 만들었다. 2000년 이후 연평균 임금상승률이 13%에 달해 제조업 이점도 사라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작년 상장기업에 지원된 정부 보조금이 16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경쟁력 없는 기업들이 막대한 정부 지원으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것이다.
제2의 대약진 운동으로 불리는 도시화 정책의 성공 여부가 주목된다. 2025년까지 2억5000만명에 달하는 농촌 인구를 도시로 이주시키는 국토 재설계 구상이다. 도시 소비를 촉진하고 공동화되는 농촌의 재개발을 통해 내수 중심의 성장을 뒷받침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도시가 농촌보다 소득이 3배나 높고 방대한 농촌 실업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리시안강 세계경제정치연구소 부소장은 “중국 인구의 절반이 소비하기 시작하면 성장은 필연적이다”고 주장한다. 급격한 도시화는 도시 슬럼화, 빈곤문제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전문가 톰 밀러의 말처럼 “도시 이주민을 돕기 위한 중앙정부 재정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충고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서부 대개발도 주요 관심사다. 국토 71%, 인구 3억6000만명에 달하는 서부권을 겨냥한 서부 개발은 천연가스 석탄 등 자원을 확보하고 내륙 개발을 통해 중산소비층을 확보하려는 다목적 전략이 깔려 있다. ‘서부 경영’은 중앙아시아와 중동으로 이어지는 그랜드 전략으로 이해할 필요도 있다.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학장 주장처럼 중국의 서아시아 진출은 무슬림 국가와의 관계 강화, 중동 거점 확보 등 지정학적 의미가 크다고 봐야 한다. 이슬람교도가 많이 사는 신장 우루무치를 지난해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방문해 ‘하나의 중국’을 강조한 점, 몇 달 후 당시 시진핑 부주석이 답방한 점 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인종 갈등, 국경 갈등 등이 산적해 있어 성공을 예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국 사회는 법·제도 운영의 자의성, 권위적 가치사슬 등으로 여전히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 조사에 의하면 중국의 부패지수는 2012년 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9)에 비해 크게 낮다.
상하이에서 발간되는 후룬 자산보고서는 중국 전인대와 정협 소속 83인 부자 대의원의 순자산이 2500억달러에 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법치주의와 투명성이야말로 미래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아닐 수 없다.
박종구 <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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