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중노릇 했지만 법문은 아직 초짜…부처님 법문은 한마디로 생활속 中道"

입력 2013-07-21 18:09   수정 2013-07-22 03:02

54년간 禪수행 봉암사 적명스님
성철스님 열반 20년 특별 법문



“스물여덟 살 되던 해 가을에 처음 해인사 백련암에 가서 성철 스님(1912~1993·조계종 전 종정)께 물었습니다. ‘대승비불설(大乘非佛說·대승불교 경전을 석가모니가 직접 말하지 않았다는 설)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랬더니 성철 스님은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이러셨어요. ‘그기 말이제, 대승경전 비불설이라 하는 게 맞긴 맞는데 말이제….’”

지난 20일 경북 문경 조계종 특별선원 봉암사 대웅전. 이곳 태고선원 수좌(首座) 적명 스님(75·사진)이 법문을 하던 도중 성철 스님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를 흉내내자 고요하던 법당이 일순간 웃음바다로 변했다. 웃음 뒤 다시 찾아온 고요함. 성철 스님은 왜 ‘대승비불설’이 맞다고 했을까. 의문을 품은 대중을 향한 적명 스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부처님 최초 법문의 핵심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중도입니다. 대승경전의 백미인 법화경과 화엄경도 한마디로 하면 중도고요. 그때 성철 스님의 말씀을 요약하자면 대승경전을 부처님이 직접 말씀하지 않았다는 건 맞지만 대승사상이 부처님의 사상이 아니라고 하는 건 무지의 소치라는 겁니다.”

이날 봉암사를 찾은 사람들은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 스님)과 조계종 불교인재원이 이끄는 성철 스님 수행처 순례단 500여명. 성철 스님은 1947년 봉암사에서 청담·자운 스님 등과 함께 철저하게 계율대로 수행하는 ‘봉암사 결사’를 주도했다. 적명 스님은 순례단에 “평생 수행자로서 각고 정진한 성철 스님이 우리에게 남기고자 했던 것은 당신이 체험적으로 터득한 선의 깨달음”이라며 “그 깨달음은 중생과 부처,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불이성(不二性)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적명 스님은 스물한 살에 출가해 평생을 선(禪) 수행자로 살아왔다. 후학들이 봉암사 조실로 모시고자 했으나 마다했다. 이날 법문에서 적명 스님은 “중노릇을 50년 넘게 했어도 봉암사에 오기 전까지는 법문이라곤 해 본 적이 없어서 법문에는 지금도 초짜”라며 “레퍼토리도 몇 개 안 된다”고 말해 또 한 번 폭소를 자아냈다.

“덕산 스님이 아플 때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 이 세상에 아프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까?’ 덕산 스님은 ‘있다’고 답했습니다. ‘누구입니까’ 하고 다시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야, 아야.’ 깨달으면 아픔이 곧 해탈이요, 깨닫지 못하면 해탈이 바로 아픔입니다.”

무더위를 뚫고 찾아온 순례단에 따끔한 경책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적명 스님은 “대승불교 특히 선불교는 현실생활을 떠나서 열반(깨달음)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성철 스님의 연고지(수행처)를 찾아다니는 것만으로 (스님의) 유지를 받든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니 참선을 통해 깨달음의 체험을 구하라”고 강조했다.

문경=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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