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장마에 식탁물가 '비상'…호박·상추 1주일새 60% 이상 '폭등'

입력 2013-07-22 16:53   수정 2013-07-23 03:46

식자재 업체들 공급 중단…식당들 중국산 늘리기도



장마가 장기화하면서 밥상에 많이 오르는 호박, 상추, 시금치, 오이 등의 소매가격이 한주 새 50% 이상 올랐다.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집계한 애호박 상품(上品) 1개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1799원으로, 1주일 전(1053원)보다 70.8% 상승했다. 이 기간에 적상추 10㎏ 가격은 62.7%(891원→1449원), 시금치 1㎏은 62.5%(6055원→9839원), 다다기오이 10개는 56.4%(5321원→8321원), 열무 1㎏은 39.8%(1783원→2492원) 각각 비싸졌다.

○물 먹은 채소값, 줄줄이 급등

경기와 강원 지역을 중심으로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이들 지역에서 많이 나오는 품목의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오이, 양상추, 시금치, 토마토 등은 이미 침수 피해를 입어 대부분을 폐기해야 할 처지다. 여기에 상추, 풋고추 등은 오랫동안 햇빛을 제대로 보지 못해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여서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준덕 동원홈푸드 농산구매팀 차장은 “채소값은 올봄부터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여왔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마까지 겹치면서 8~9월 가격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농산물 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에 반입되는 농산물의 양은 뚝 떨어진 상태다. 한 달 전만 해도 하루 평균 90t에 달했던 상추 반입량이 최근에는 60t 안팎으로 줄었고, 오이 반입량은 반토막이 났다. 가락시장 관계자는 “경기 남양주에 이어 지난 주말에는 이천까지 침수 피해를 입으면서 이번주 주요 채소 반입량은 더욱 줄어들 것 같다”며 “소매가격이 순차적으로 올라 소비자 부담이 커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CJ프레시웨이, 아워홈, 동원홈푸드 등 주요 식자재 유통업체들은 이번주부터 전산망에서 호박, 오이 등의 주문을 아예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가격을 보름단위로 계약하는데, 채소값이 단기 급등에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값싼 중국산 냉동채소 사용을 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식업체에 공급되는 중국산 냉동채소의 비중이 평소엔 전체의 10% 정도였지만 요새는 30% 선까지 증가했다”고 전했다.

○채소값 고공행진 이어지나

채소류 가격의 향후 움직임에 대한 농산물 유통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는 이번 비 피해가 중부지방에 국한됐다는 점에서 보름 정도면 평년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운 가락시장 중앙청과 영업본부장은 “이번 비는 중부지방에 주로 영향을 줬고 남부지방 채소류 공급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다만 품질에 따른 상품, 중품, 하품 간 가격 격차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여름과 가을에 태풍 피해가 이어진다면 지난해 9월과 같은 ‘채소 대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이달 말 본격 출하를 앞둔 고랭지 배추와 무의 경우 가격 급등이 우려되고 있다. 장희성 이마트 채소팀 바이어는 “강원 지역에서 많은 비가 이어지면서 고랭지 배추와 무에 짓무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올여름에는 가격이 지난해보다 20%가량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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