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복지 밀면서 증세는 반대 '정책 오락가락'
'남의 탓'만 하는 리더십 부재도 문제
‘0승19패.’
지난 21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받아든 성적표다. 일본 참의원의 ‘1인 선거구(참의원 한 명을 뽑는 지역구)’는 총 31개. 민주당은 이 중 19곳에 후보를 냈지만 모두 낙선했다. 5명을 선출하는 도쿄에서도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비례대표와 2, 3인 선거구에서 주섬주섬 의석을 모아 겨우 17석을 채웠다. 1998년 창당 이래 최악의 결과다. 민주당은 2007년과 2010년에는 각각 60석과 44석을 획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22일 “민주당이 작년 말의 중의원 선거와 지난 6월 도쿄도 지방의회 선거에 이어 참의원 선거에서도 패배함으로써 당 해체 수준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로 언급되는 민주당의 몰락 원인은 ‘진보·좌파적 DNA의 한계’다. 1998년 창당한 민주당의 뿌리는 사회민주당(전신은 사회당)과 신당사키가케(新黨先驅) 등 진보성향의 정당들이다. 2003년에 자민당 출신인 오자와 이치로의 자유당과 합당해 어느 정도 피가 섞이긴 했지만 태생은 ‘왼쪽’이다.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을 몰아낼 땐 효과적이었다. 좌파 DNA가 ‘포퓰리즘’과 융합하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했다.
당시 민주당의 공약집에는 선심성 정책이 빼곡했다. 아동수당 지급과 고속도로 무료화, 고교 수업료 면제 등의 일본어 발음 앞글자를 딴 이른바 ‘3K 무상복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세계 최악 수준의 국가부채를 안고 있는 일본이 감당하기엔 애초 무리한 약속이었다.
결국 작년 말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부랴부랴 노다 요시히코 당시 총리가 공약을 실천하지 못한 데 대해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했지만, 민심은 이미 떠난 뒤였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문제를 놓고 미국과 대립하는 등 외교 측면에서도 진보적 유전자는 걸림돌이 됐다.
정체성이 오락가락한 것도 민주당 몰락의 배경이다. 민주당은 무상복지 시리즈를 약속하면서 동시에 소비세 증세에는 반대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서로 모순된 정책은 결국 파열음을 일으켰다. 노다 총리는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자민당 등 야당과 손잡고 소비세 인상안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고, 이는 오자와 전 간사장 등 증세 반대 세력이 딴살림을 차려 나가게 만드는 빌미가 됐다.
리더십 부재도 한몫했다. ‘남의 탓’ 하기에 바쁜 민주당 지도부에 국민은 환멸을 느꼈다. 자민당에 정권을 내준 패인을 분석하기 위해 지난 5월 도쿄에서 열린 ‘공개 대반성회’에서조차 ‘반성’의 기미는 찾기 어려웠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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