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미술관 '아트 피스'·한벽원 '한국화 힐링…'展 등
미술계 기획전 잇달아 … 일상에 찌든 심신 달래줘
1층 전시장을 들어서는 순간 한 조각 뭉게구름이 시선을 붙든다. 직사각형의 직물 스크린 위에 프로젝터로 구름 형상을 비춘 것이다. 한 관객이 양팔을 추켜올려 천을 만지자 천 위에 푸른색의 구름 형상이 생겨난다. 순간 관객은 마치 자신이 구름 위의 신선이라도 된 듯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더불어 번잡한 세상사도 아득히 사라지고 마음의 평화가 밀려온다.
여름 미술관에 힐링 바람이 거세다.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은 오는 9월22일까지 ‘아트 피스-예술로 힐링하는 법’전을, 서울 팔판동 한벽원미술관(옛 월전미술관)은 ‘한국화 힐링을 만나다-성태훈 초대전’을 오는 30일까지 연다.
‘아트 피스’전은 예술을 통해 관람객에게 휴식과 명상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전시로, 첨단 기술을 활용한 현대미술의 다양한 형식을 통해 전통미술에서 맛볼 수 없는 공감각적 체험을 만끽할 수 있다.
몽골 여행의 경험을 대형 스크린과 이국적 사운드로 재현한 박기진의 ‘카입(Kayip)’, 사고를 막기 위해 공사현장에 설치한 안전망에 누워 역설적으로 편안한 휴식을 갖게 하는 금민정의 ‘산업예비군’ 등이 관객을 맞이한다.
‘성태훈 초대전’은 옻칠 작업으로 유명한 한국화가 성태훈의 근작전. 최근 파리 베라암젤름 갤러리에서 옻칠화 초대전(6월1일～7월1일)으로 호평을 받은 작가는 그간 가구나 목공예품의 표면을 칠하는 데 주로 쓰이던 옻을 유화에 버금가는 안료로 발전시키는 작업에 매진해 왔다.
이번에 출품된 ‘날아라 닭’ 등 닭을 모티프로 한 옻칠그림은 날개가 퇴화해 더 이상 날 수 없는 닭이 하늘 높이 비상하는 모습을 명상적인 단색 표면에 상상적으로 표현했다. 이룰 수 없지만 꿈꿀 수 있어 행복한 우리의 일상에 낙관적인 시선을 보내는 작품이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알폰스 무하-아르누보와 유토피아’전, 삼성미술관 플라토의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전 역시 힐링을 겨냥한 전시다.
아르누보는 19세기 산업혁명으로 도시환경이 황폐화되는 가운데 출현한 미술운동. 생활 속의 예술을 통해 도시민의 마음을 치유하려던 힐링 미술의 원조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중심인물 가운데 한 명인 무하의 대표작 2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모든 것을 편평하게 만들어버린 ‘수퍼플랫 원더랜드’라는 독특한 조형세계를 구축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 역시 현대미술이 잃어버린 정서적 기능을 회복해 대중의 마음을 치유하려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23일 막을 내린 소마미술관의 ‘구체경-힐링 그라운드’전 역시 삭막한 도시생활에 찌든 현대인의 힐링을 지향한 전시였다.
‘아트 피스’전을 기획한 김윤욕 금호미술관 큐레이터는 “최근의 ‘힐링 미술’ 바람은 그만큼 현대인들이 느끼는 삶의 피로가 극심하게 누적됐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그간 현대미술이 외면해 온 예술 본연의 내적 성찰 및 정서적 환기 역할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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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기획전 잇달아 … 일상에 찌든 심신 달래줘
1층 전시장을 들어서는 순간 한 조각 뭉게구름이 시선을 붙든다. 직사각형의 직물 스크린 위에 프로젝터로 구름 형상을 비춘 것이다. 한 관객이 양팔을 추켜올려 천을 만지자 천 위에 푸른색의 구름 형상이 생겨난다. 순간 관객은 마치 자신이 구름 위의 신선이라도 된 듯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더불어 번잡한 세상사도 아득히 사라지고 마음의 평화가 밀려온다. 여름 미술관에 힐링 바람이 거세다.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은 오는 9월22일까지 ‘아트 피스-예술로 힐링하는 법’전을, 서울 팔판동 한벽원미술관(옛 월전미술관)은 ‘한국화 힐링을 만나다-성태훈 초대전’을 오는 30일까지 연다.
‘아트 피스’전은 예술을 통해 관람객에게 휴식과 명상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전시로, 첨단 기술을 활용한 현대미술의 다양한 형식을 통해 전통미술에서 맛볼 수 없는 공감각적 체험을 만끽할 수 있다.
몽골 여행의 경험을 대형 스크린과 이국적 사운드로 재현한 박기진의 ‘카입(Kayip)’, 사고를 막기 위해 공사현장에 설치한 안전망에 누워 역설적으로 편안한 휴식을 갖게 하는 금민정의 ‘산업예비군’ 등이 관객을 맞이한다.
‘성태훈 초대전’은 옻칠 작업으로 유명한 한국화가 성태훈의 근작전. 최근 파리 베라암젤름 갤러리에서 옻칠화 초대전(6월1일～7월1일)으로 호평을 받은 작가는 그간 가구나 목공예품의 표면을 칠하는 데 주로 쓰이던 옻을 유화에 버금가는 안료로 발전시키는 작업에 매진해 왔다.
이번에 출품된 ‘날아라 닭’ 등 닭을 모티프로 한 옻칠그림은 날개가 퇴화해 더 이상 날 수 없는 닭이 하늘 높이 비상하는 모습을 명상적인 단색 표면에 상상적으로 표현했다. 이룰 수 없지만 꿈꿀 수 있어 행복한 우리의 일상에 낙관적인 시선을 보내는 작품이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알폰스 무하-아르누보와 유토피아’전, 삼성미술관 플라토의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전 역시 힐링을 겨냥한 전시다.
아르누보는 19세기 산업혁명으로 도시환경이 황폐화되는 가운데 출현한 미술운동. 생활 속의 예술을 통해 도시민의 마음을 치유하려던 힐링 미술의 원조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중심인물 가운데 한 명인 무하의 대표작 2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모든 것을 편평하게 만들어버린 ‘수퍼플랫 원더랜드’라는 독특한 조형세계를 구축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 역시 현대미술이 잃어버린 정서적 기능을 회복해 대중의 마음을 치유하려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23일 막을 내린 소마미술관의 ‘구체경-힐링 그라운드’전 역시 삭막한 도시생활에 찌든 현대인의 힐링을 지향한 전시였다.
‘아트 피스’전을 기획한 김윤욕 금호미술관 큐레이터는 “최근의 ‘힐링 미술’ 바람은 그만큼 현대인들이 느끼는 삶의 피로가 극심하게 누적됐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그간 현대미술이 외면해 온 예술 본연의 내적 성찰 및 정서적 환기 역할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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