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지키자는 서경덕 교수 등 발로뛰는 역사가 돕고자 나선 것
직장생활도 정치판도 역사의 일부…전임자 무시하거나 이용하려 들면 발전은 커녕 끝없이 문제만 생겨
“나를 들여다보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한 도구가 바로 거울이지요. 거울은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구리로 만들어 얼굴을 보는 동경(銅鏡), 마음을 보는 심경(心鏡), 그리고 또 하나가 역사를 비추어 오늘을 바라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경(史鏡)입니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66·사진)의 대답은 명쾌했다. 최근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지정’ 서명운동에 전 직원 1000여명을 동참시킨 이유를 묻는 질문이었다. 지난달 5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주도로 시작된 이 서명운동은 ‘한국사 지킴이 100만대군 프로젝트’(www.millionarmy.co.kr)라는 이름으로 22일 현재 6만3000여명이 서명했다. 고교 한국사는 2005학년 수학능력시험부터 선택과목으로 바뀐 상태로 지난해 치러진 2013학년 수능에서는 문과 응시자의 12.8%(전체의 7.1%)만이 국사를 선택했다.
지난해 매출 5500억원, 국내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시장 1위 업체인 한국콜마를 경영하고 있는 윤 회장의 ‘역사 사랑’은 정평이 나 있다. 한국콜마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국사편찬위원회가 주관하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급 자격증이 필수다. 입사 시 당락을 가를 만한 가산점을 부여한다. 사보에는 인문학산책 코너를 활용해 역사속 인물을 소개하고, 매년 6월 월례회의 때는 6·25전쟁을 주제로 특강을 한다.
“역사라는 게 특별한 학문이라기보다 가정생활, 회사생활 그 자체”라는 윤 회장. 사내 복지도 특별하다. 직원 중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경우에 부모 한 명당 월 20만원을 현금으로 준다. 현재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일반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반차휴가’를 처음으로 도입한 것도 윤 회장이다. 1980년대 대웅제약 부사장 때 일이다.
1970년 농협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대웅제약 부사장을 거쳐 1990년 한국콜마를 설립한 윤 회장, ‘생활속의 역사’라며 뼈있는 한마디를 전했다. “거창하게 볼 것 없어요. 직장인이라면 전임·후임 간의 사이가 곧 역사입니다. 전임이 해놓은 일을 싹 무시하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하면 사이가 좋을 리가 없겠지요. 이게 역사의 시작입니다. 1층 없는 2층은 없는 것이거든요. 정치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이전 정부의 정책을 이을 것은 이으면서 새로운 미래를 논의해야 할 판에,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죽은 자를 이용하는 정치는 새로운 문제를 끊임없이 유발할 뿐입니다.”
세계를 누비며 독도와 대한민국을 홍보하고, 이번엔 ‘한국사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서 교수를 돕는 이유를 하나 덧붙였다. “어릴 적 장래 희망이 역사선생님이었어요. 고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5남매의 생계를 챙겨야 했기에 포기했지요. 서 교수나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같은 ‘발로 뛰는’ 역사가를 돕는 것으로 대리만족한다고 해야 할까요. 앞으로 최고경영자(CEO) 모임에 나갈 때는 ‘한국사 프로젝트’ 서명지를 들고 다닐 작정입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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