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희원 “‘아저씨’ 말고 ‘미스터 고’가 대표작 되고파”

입력 2013-07-22 19:22  


[김보희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악역 전문 배우라는 타이틀을 깨고 싶어요.”

대중들에게 ‘김희원’이라는 이름보다 원빈 주연의 영화 ‘아저씨’에서 나쁜 놈(?)으로 더 잘 알려진 배우 김희원(42). 그는 날카로운 눈매와 두꺼운 입술, 다소 얼굴에서 풍기는 거친 이미지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악역이 잘 어울리는 배우들 중 열 손가락에 꼽히고 있다.

하지만 김희원이 나쁜 역할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쁜 역보다는 영화 ‘마이웨이’ ‘스카우트’ ‘일번가의 기적’, 드라마 ‘빛과 그림자’ ‘구가의 서’ 등을 통해 착한 역할을 더 많이 했지만, 악역이 더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강하게 생긴 인상도 한몫했다.

깜짝 놀란 건, 실제 만난 김희원은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할 때 어쩔 줄 몰라 하며 얼굴이 사과처럼 빨갛게 달아오르는 등 수줍음을 감추지 못했다. 또 술을 잘 먹는 주당 같지만 실제로는 알콜이 체질적으로 맞지 않아 술을 먹지 않는다고. 그는 뜻밖에 반전 있는 남자였다.

한경닷컴 w스타뉴스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김희원을 만나 반전 있는 배우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최근 출연한 영화 ‘미스터 고’(감독 김용화, 제작 덱스터스튜디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희원은 의외로 부끄러움을 탄다는 지적에 “사실 연기할 때는 (동영상) 카메라 앞에서 그렇지 않은데 (사진) 카메라 앞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멋있는 척하는 것도 부끄럽고 포즈도 어색한 것 같아서… 그래도 제일 나아진 거예요. (웃음)”

거친 얼굴 속에 소녀 같은 매력이 감춰져 있는 김희원. 그는 17일 개봉한 ‘미스터 고’에서 중국 사채업자 림샤오강 역을 맡아 악역임에도 귀여운 매력을 뽐냈다. 특히 모든 대사를 중국어로 연기해야 함에도 능숙하게 소화해내며 극의 몰입을 더욱 배가시켰다.

“‘미스터 고’는 저에게 새로운 것을 많이 도전하게 된 영화였어요. 제일 어려웠던 것은 중국어 대사고, 그 다음은 3D 영화다 보니 상대역이 없는 허공에서 연기했어야 했고, 또 감정적인 부분까지 이끌어내야 하니까 힘들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많은 것들이 기억에 남는 영화예요.”


◆ 생애 첫 도전이 많았던 ‘미스터 고’, 어려움 그리고 발전

‘미스터 고’는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과 중국 룡파서커스단 소녀 웨이웨이(서교)가 빚을 갚기 위해 한국 프로 야구단에 입단하여 활약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김희원은 중국 사채업자로 출연해 빚 독촉을 하다가 소식이 없자 서커스단에 또 다른 야구하는 고릴라인 레이팅을 꼬셔 한국 야구계에 진출, 링링과 레이틴의 대결을 벌이며 극의 갈등을 끌어 올린다.

“중국어 대사는 한자인데다가 분량도 많고, 성조도 따로 있어서 무척이나 힘들었어요. 제일 큰 건 무슨 말인지 모르는 말을 무작정 외우고 이해한 다음에서야 감정으로 끌어내려니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촬영 전에 연습을 무지하게 연습하고 갔어요. 지금도 외울 정도로.”

그는 제일 힘들었던 장면에 웨이웨이에게 보낸 협박 동영상을 꼽았다. “그게 저 혼자 한 장 반이 넘는 중국어 대사를 끊지 않고 한 테이크로 가야 했어요. 거기에 중간중간 눈물까지 흘려야 하니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촬영 하루하루 초초하게 기다리며 연습했어요. 다행히 큰 무리 없이 촬영이 끝났는데 시사회에서 그 장면을 보는 데 조금 부끄럽더라고요.”

사실 중국어 대사도 힘들었지만 허공에 연기해야 하는 것도 높은 벽이었다. 김희원과 극중 가장 많은 호흡을 맞춘 고릴라 레이팅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3D 입체 캐릭터인 관계로, 그는 허공에 고릴라가 있다 생각하고 시간과 타이밍에 맞춰 연기 해야 했다.

“진짜 고릴라가 있으면 무서워서 연기 못해요. (웃음) 항상 고릴라와 함께 있는 장면 촬영 전에 김용화 감독님이 상황에 대한 설명과 이 부분이 엉덩이고, 여기가 얼굴이고, 다리고 라는 디렉션을 해주셨는데 실제 촬영에 들어가서 허공에 대고 쓰다듬는 척 연기하려니 어색하더라고요. 그리고 몇 초 있다가 손동작을 해야 하니 애드리브가 전혀 허용되지 않았어요.”

“또 이 영화의 주 배경이 잠실야구장인데 거의 80% 블루 스크린 앞에서 찍은 장면이에요. 극중에는 홈런 치면 수만 관중들이 소리를 지르지만 촬영은 조용한 상태에서 저만 소리를 지르고 환호해야 했어요. 혼자 업 되어야 하니 마치 미친 것 같은 느낌도 나고. 그 감정을 상상해야 하니 이게 맞나 싶더라고요. 하지만 점점 나만의 다른 방법이 생기게 되더라고요. 이 영화를 하면서 배운 게 정말 많은데 연기적인 면에서 제일 많이 얻은 것 같아요.”


‘미스터 고’는 할리우드 못지않은 국내 자체 기술로 디지털 캐릭터를 완성했으며 3D 촬영에 사운드까지 모든 것을 국내 최초 시도했다. ‘최초’라는 것이 많이 붙는 꿈이 현실이 된 영화.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내심 기대했던 것이 앞으로 대표작이 ‘아저씨’가 아닌 ‘미스터 고’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저씨’는 저에게 아주 감사한 작품이지만 제 나름대로는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있는데 다들 악역만 한 줄 아시더라고요. ‘미스터 고’는 악역이라고 하기엔 귀엽기도 하고 많은 캐릭터가 합쳐진 인물이라서 악역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또 제 나름대로 많은 도전을 한 작품이고, 한국 영화 최초로 많은 도전을 했잖아요. 그래서 내심 이제는 ‘미스터 고’가 대표작이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잘 되면 그렇게 되겠죠. (웃음)”

새로운 기술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다는 김희원, 그는 앞으로도 이런 기술들이 국내 보급돼서 많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영화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이번 작품은 모든 면에 저에게 어려운 작품이었어요. 하지만 그 난관을 하나하나 헤쳐가면서 연기적으로서나 배우로서 많이 배우고 성숙한 느낌이 커요. 앞으로 한국 영화가 이런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하면서 많은 분들이 제가 느낀 감정들을 많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최초’라는 현장 안에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한편 김희원의 반전 매력을 볼 수 있는 ‘미스터 고’는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사진출처: 영화 ‘미스터 고’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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