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저성장' 중국경제에 적응해야

입력 2013-07-23 17:51   수정 2013-07-24 02:22

저성장에 불확실성 커진 中 경제
내수소비에 주목해 기회 찾아야…경착륙 상황이 투자 기회 될수도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중국 경제는 2분기 7.5% 성장한 것으로 발표됐다. 5분기 연속 7%대 성장률이다. 그림자 금융, 유동성 과잉, 핫머니 유입, 금융 경색 등 상반기에 제기된 여러 우려와 충격에도 불구하고 연초에 제시한 성장률 수준(7.5%)을 지켜냈다. 그래서인지 발표 당일 상하이증시도 1% 상승했다. 물가도 안정돼 있고, 무역흑자도 늘었다. 실업률도 제자리다. 무엇보다 리커창 총리의 태도가 느긋하고 견고하다.

그렇지만 투자은행들을 중심으로 중국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한편에선 중국의 경착륙에 돈을 건 세력을 둘러싼 음모론도 오간다. 논란이 지속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2013년 중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첫 번째 불확실성은 중국 경제가 7%대의 성장을 경험한 바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 12년간 8% 이하의 성장률을 기록한 기간은 모두 합해야 7개 분기에 불과하다. 그나마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나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같은 위기상황 속에서였다. 즉 2012년 이후 중국 경제는 7%대 성장이라는, 과거에 항해해본 적 없는 수역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30년간 10%대 성장에 익숙한 경제가 갑자기 7%대의 성장 기조에 적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기업의 장부가 나빠질 것이고, 투자계획들이 무산될 것이며, 과잉설비가 드러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기업은 문을 닫고 어떤 은행은 부실해질 것이다. 해도(海圖) 없는 수역 안에 어떤 암초와 급류와 풍랑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둘째, 민간기업의 투자심리가 불안하다. 중국의 정책기조 때문이다. 2010년 12차 5개년계획 이래 중국은 임금상승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려 내수소비의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 결과 최근 3년간 임금이 50% 이상 올랐다. 그 밖에도 다양한 소득분배 정책이 실시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윤은 줄고 가계소득은 늘어나는 국내총생산(GDP) 분배구조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기업들은 투자의 기대수익을 낮출 수밖에 없다. 그 변화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시장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이다. 기대수익이 낮아질 뿐 아니라, 그 불확실성도 커지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 민간기업의 투자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셋째, 제도적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이미 금융, 외환, 토지제도, 노사관계, 산업정책 등 경제의 각 분야에서 동시다발적 개혁 로드맵이 제시되고 있다. 이는 결코 시진핑 신지도부가 전임자보다 더 ‘개혁적’이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과거 수출과 투자중심의 성장체제를 뒷받침하던 각 분야의 제도가, 이제 내수소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이처럼 2013년 중국은 성장의 둔화, 기대심리의 불안, 제도의 변화라는 삼각파도의 한가운데 있다. 그리고 그 삼각파도를 한국 기업들도 함께 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7%대 성장률을 중장기적인 현실로 받아들이고 익숙해져야 한다. 앞으로 10%대로 고도성장하는 중국은 더 이상 없다. 눈을 먼저 낮출수록 다른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가령 성장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내수소비 증가율은 견조하다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고 구조적 문제와 성장률 사이의 악순환이 발생해 7%대의 성장률마저 깨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 땐 중국정부가 먼저 나서서 구조조정을 늦추고 경기를 부양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정부는 그럴 수 있는 정책적 능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만에 하나 중국에서 경착륙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 때야말로 중국에 투자할 호기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중국발 악재와 공포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올해에는 과거 어느 해보다도 중국에서 불안한 뉴스들이 많이 터져 나올 것이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성장률은 기왕에 낮아진 것이고, 나머지는 중국이 겪는 적응통일 뿐이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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