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경남 창원의 두산중공업 공장엔 무더위가 한창이다. ‘현대판 대장간’으로 불리는 두산중공업 주·단조 공장은 불볕더위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직원들은 섭씨 1000도가 넘게 달궈진 쇳덩이와 씨름해야 하는 게 주임무다. 공장 근로자들은 개인별로 얼음물병, 얼음수건, 쿨조끼 등을 활용해 더위를 극복하는 자기만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7, 8월 두 달간 수박과 빙과류를 제공, 직원들의 여름나기를 돕고 있다. 주조공장에서 근무하는 박종귀 차장은 “여름철 공장 안은 이열치열이란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너무나 덥다”며 “1주일에 한 번 회사에서 챙겨주는 수박과 아이스크림이 소나기와 같이 반갑다”고 말했다. 최남수 단조공장 공장장은 “무더위 속에서 직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며 “이동용 에어컨과 대형 선풍기를 작업장 곳곳에 설치해 땀을 식혀가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기계, 공작기계 등을 만드는 두산인프라코어 공장에서도 절삭, 용접 등 고열이 발생하는 작업이 많다. 회사는 여름철을 맞아 근로자들의 안전을 지키고 사기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1000도가 넘는 용접의 열기를 피하려면 두꺼운 방염복이 필수적이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방염복 안에 입는 에어쿨링 재킷을 지급하고 일부 작업장엔 냉풍기를 설치했다. 탈수 현상을 막도록 알약으로 된 소금과 비타민도 제공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장이 휴무에 들어가는 8월 둘째주와 앞 뒤 한 주를 골라 총 2주간 쉴 수 있도록 하는 집중 휴가제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 직원뿐만 아니라 관리직 임원들도 자유롭게 장기휴가를 떠난다. 외국인 임직원이 늘어난 것도 장기 휴가 문화가 정착된 이유 중 하나다. 두산인프라코어 전체 직원 1만5000여명 중 외국인 비중은 62%에 이른다. 이들은 휴가 때 고향에 가기도 한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에도 건설현장은 평소와 같이 돌아간다. 작업장에는 햇볕을 피할 그늘이 없고 안전모, 안전화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다 보니 작업 효율이 떨어진다. 두산건설이 직원들의 ‘더위 쫓기’에 적극 나선 이유다. 충북 청원에 있는 오송위브센티움 건설현장에서는 직원들의 휴식을 위해 그늘막 쉼터를 만들고 매일 빙과류를 제공하고 있다. 여름철 발생하기 쉬운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방역활동을 벌이고 손 소독도 철저하게 강조하고 있다.
엔진 시운전을 하는 두산엔진 조립 공장은 평소에도 바깥보다 5도가량 온도가 높다. 특히 올여름은 유난히 덥고 전력난까지 겹쳐 회사는 ‘특단의 조치’를 마련했다. 각 현장 통로에는 제빙기를 설치, 시원한 얼음물과 냉커피를 마실 수 있게 했다. 현장 곳곳에는 20m 거리까지 강풍을 보내는 초강력 제트팬을 설치했다. 제트팬은 공장 내부 공기를 순환시키고 작업장 온도와 습도를 낮추는 효과를 낸다. 회사 관계자는 “복날에는 삼계탕을 특식으로 제공해 임직원 보양까지 꼼꼼히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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