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회장은 이날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주하계포럼 개회사를 통해 “대외적으로 유럽 재정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고,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도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며 “이런 세계 경제의 어려움이 지금까지 대한민국 경제를 이끈 수출 엔진에 타격을 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내적으로 우리 경제의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2%대의 저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앞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허 회장은 이런 위기가 일시적 충격이 아닌 구조적인 성장동력 하락이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경제성장을 가능케 했던 방식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위기일 수 있다는 얘기다.
허 회장은 이에 따라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 정부는 창조경제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았고 전경련도 지난 4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창조경제의 길을 찾고 있다”며 “이제는 남들이 가본 적이 없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과 정부의 협업도 강조했다. 그는 “창조경제를 위해 기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고 과감히 투자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도 기업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비즈니스로 실현될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 인프라를 조성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럼 첫날인 이날 최양희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은 ‘왜 지금 창조경제인가’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최 교수는 “산업화, 민주화 시대를 거쳐 우리나라는 저성장, 고실업, 고령화로 성장동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등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경제·산업구조 변화와 관련해선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기업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산업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며 “우리 경제도 성장의 한계와 동시에 일자리 감소, 경쟁력 정체라는 벽에 부딪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선 지식가치와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경제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창조경제는 민간 중심으로 추진하고, 정부는 최소한의 제도와 규제로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계 최고경영자(CEO)들이 한자리에 모여 주요 경영 이슈를 논의하는 제주하계포럼에는 김홍진 KT 사장, 서진우 SK플래닛 사장, 염동훈 구글코리아 사장, 박홍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장, 민계식 전 현대중공업 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 CEO들도 참석해 경제계 차원의 창조경제 실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창조경제 또 다른 도약’이란 주제로 강연한다.
현 부총리는 강연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이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정부의 세제 개편 등 지원 방안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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