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훨훨 날다…D램값 상승·과감한 투자 '양날개'

입력 2013-07-25 17:24   수정 2013-07-26 00:35

창사이래 최대 실적
치킨게임 끝내고 원가절감
PC용 D램 시장 기선제압
특허소송충당금 환입도 한몫



SK하이닉스는 작년 2분기 영업이익 50억원을 냈다. 그러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1조1400억원. 1년 전 간신히 적자를 모면하는 수준의 성적을 내놨던 회사가 불과 1년 만에 완전히 다른 회사로 거듭난 것이다.

이 같은 변신 뒤엔 두 가지 근원적 변화가 있다. SK그룹에 인수돼 과감하게 투자할 여건이 됐다. 또 경쟁사인 일본 엘피다의 파산(작년 2월)으로 메모리 시장이 공급자 위주로 바뀌었다. 이 같은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증시 전문가들이 SK하이닉스 향후 실적에 대해 낙관하는 이유다.

○PC D램 생산능력 키운 게 ‘대박’ 이끌어

올 2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28%에 달한다. 18%대로 예상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을 뛰어넘는다. 이는 과감한 투자와 반도체 시황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사실 2분기 메모리 시장은 정상적이 아니었다. 스마트폰, 태블릿PC가 늘면서 PC 수요는 줄었다. 메모리 업계는 D램 생산 라인을 대거 모바일용으로 전환하자 모바일 D램 값은 안정된 반면, 생산이 줄어든 PC D램 가격이 예상외로 급등했다. 현물시장 기준으로 올 들어 80%가량 올랐다.

SK하이닉스는 작년 SK에 인수된 뒤 최근 5년래 가장 많은 3조8000억원을 투자, 생산능력을 키웠다. 여기서 PC D램을 많이 만들었다. PC용 D램 생산비중이 전체 D램의 30%에 달했다. 10% 수준인 삼성전자보다 훨씬 높다. SK하이닉스는 PC D램의 비중이 높은 만큼 가격 상승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릴 수 있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D램 출하량은 전 분기보다 20% 늘었고, 평균판매가도 16% 올랐다. 모바일기기 확산으로 낸드플래시 출하량도 전 분기 대비 29% 증가했고 평균판매가도 5% 상승해 실적을 뒷받침했다.

과감한 투자로 미세공정 전환을 앞당겨 원가를 절감한 것도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특허괴물인 미국 램버스와 합의, 그동안 쌓아놨던 소송충당금 일부가 환입된 것도 실적에 포함됐다.

○메모리 업계 “공급과잉은 없다”

김준호 SK하이닉스 코퍼레이트센터장(사장)은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PC용 D램의 공급부족 상황이 지속돼 3분기도 오른 가격에 계약했다”며 “4분기에도 공급부족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바일 수요도 견고하다.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IT&모바일사업부까지 모바일 D램 공급을 요청할 정도다.

과거 수십여개 업체가 치킨게임을 벌였던 메모리 업계는 작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도시바로 정리돼 만성적인 공급과잉이 해소됐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업계가 생산량 확대보다 미세공정 전환에 주력하고 있어,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공급 증가는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한다.

SK하이닉스도 D램 미세공정 전환을 앞당겨 3분기엔 20나노급 D램 제품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고, 낸드플래시 생산도 늘릴 계획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를 함께 생산하던 청주 M12라인을 낸드전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3분기엔 팽창하는 차세대 저장장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상반기 1조5000억원을 투자했는데 하반기엔 탄력적으로 투자할 것”이라며 “다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윤정현/김현석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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