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료 미지급·쪽대본 등 방송가 불공정관행 개선안 마련

입력 2013-07-30 11:15  

고(故) 김종학 PD의 죽음으로 불거진 출연료 미지급 문제 등 방송가의 뿌리깊은 불공정 거래 관행이 개선될 계기가 마련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0일 '방송프로그램 제작(구매) 표준계약서'와 '대중문화예술인(가수, 배우) 방송출연 표준계약서' 제정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 표준계약서는 강제성을 띠지는 않지만 당사자 간에 법적 분쟁이 발생할 때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KBS 등 공적 감시 대상인 공영방송은 업계 합의로 마련된 이번 표준계약서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오랜 진통 끝에 마련한 이번 표준계약서는 프로그램 제작 관행 개선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방송사와 제작사 간의 권리와 수익 배분 등을 규정한 '방송프로그램 제작 표준계약서'는 방송사가 갖는 저작권을 상당 부분 양보하게 했고, 지급보증보험증권 등으로 출연료 미지급 방지안을 마련했다.

'대중문화예술인 방송출연 표준계약서'는 미지급이 발생하면 방송사가 직접 출연료를 지급하게 했고, '쪽대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촬영일 2일 전까지는 대본을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문체부는 이해관계자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면서 정기적으로 표준계약서를 수정, 보완할 예정이다.

우선 계약서의 핵심은 저작재산권 귀속 문제와 출연료 미지급 방지 대책이다. 계약서는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저작재산권은 방송사와 제작사의 기여도에 따라 상호 인정하되 유통 활성화를 위해 일원화할 수 있도록 했다.

권리별 이용 기관과 수익 배분도 명시하게 했다. 이렇게 되면 저작재산권이 있던 방송사 측은 기존 권리를 상당 부분 포기하게 된다. 앞서 저작재산권 등을 놓고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이견이 팽팽하게 맞선 바람에 표준계약서 마련에는 많은 진통이 따랐다.

또 계약서는 출연료 미지급을 방지하기 위해 ▲제작사가 출연료 등의 지급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거나 ▲출연료 미지급 때 방송사가 제작비 지급을 하지 않을 수 있게 했다. 제작비 지급과 사용을 투명화하기 위해 양측이 부담하는 제작비 세부내역도 명시토록 했다.

프로그램 납품 후 방송사 사정으로 방송하지 않은 경우에도 완성분에 대한 제작비를 지급하도록 했으며계약 내용을 위반하거나 계약 해지 등에 따른 손해배상은 이미 제작된 횟수의 제작비를 포함해 상대방에게 발생한 실제 손해를 배상하도록 했다.

문체부는 외주제작사가 기획 등 제작 대부분을 수행하고 방송사가 방영권만 구매하는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방송프로그램 방영권 구매 계약서'도 함께 제정했다.

대중문화예술인(가수, 배우) 방송출연 표준계약서의 경우에도 출연료 미지급 대책이 핵심이다. '쪽대본' 관행·하루 촬영시간 등 촬영현장의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계약서는 방송 다음달 15일까지 출연료를 지급하도록 했다. 이때까지도 제작사 등이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방송사가 직접 대중문화예술인에게 출연료를 지급하도록 했다.

출연횟수는 방송이 기준이며 이미 촬영을 마쳤거나 편집과정에서 누락된 부분에 대해서도 출연료를 지급하도록 했다. 대본은 촬영일 2일 전까지 제공하도록 해 '쪽대본' 관행에도 메스를 댔다.

다만, 촬영 일주일 전까지 대본을 제공해야 하는 일본 드라마계와 비교하면 아직 개선할 부분은 있다. 출연 계약 후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면 계약한 출연료의 10% 이상을 지급하게끔 규정했다.

또 1일 최대 촬영시간을 18시간 이내로 제한했다. 촬영 종료 뒤 보충촬영, 재촬영 등을 할 때는 최대 7일을 초과할 수 없으며, 초과할 때는 별도 합의에 따라 비용을 지급하도록 했다.


촬영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질 때는 촬영장에 휴식시설을 갖춰야 하고, 촬영 중 사고에 대비해 상당 가액의 상해보험에도 가입해야 한다. 이와 함께 방송사나 제작사는 저작권신탁관리단체와 특약을 체결해 저작인접권 이용에 따른 사용료도 지급해야 한다.

계약서는 프로그램을 변형된 형태로 활용하려면 가수나 배우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사용료를 합의해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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