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연구원은 언제나 실패 안고 살아…이를 두려워 말아야 성공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정'…제 2형 당뇨환자에 적합
고도비만 치료제 개발중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원들은 일종의 실패면허(license to fail)를 부여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김성곤 종근당 효종연구소장(62)은 “신약 연구의 가장 큰 적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이라며 독특한 종근당의 연구 문화를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종근당의 종합신약연구소 효종연구소를 책임지고 있는 김 소장은 이달 초 20호 국산신약으로 등록한 당뇨병치료제 ‘듀비에정’의 연구개발을 총괄해왔다.
종근당은 2003년 자체 신약 항암제 ‘캄토벨’을 개발한 데 이어 10년 만에 자체 2호 신약개발에 성공했다. 보통 신약개발에 15년 이상이 걸리는 제약산업의 속성상 10년 만에 자체 신약을 내놓은 것은 상대적으로 ‘빠른 템포’에 해당한다.
김 소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 못지않게 이장한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도 연구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너가 직접 나서 ‘신약은 나의 자존심이다’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라’며 적극 지원해주는 회사는 많지 않다”며 “회사의 재정적 지원을 오히려 연구진들이 못 따라가 갈 정도”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서강대 화학과 석사를 마친 뒤 퍼듀대 화학박사와 하버드대 연구 후 박사과정을 거쳐 다국적제약사 MSD 본사에서 12년간 근무했다. 그가 종근당행을 결심한 데는 이 회장의 이 같은 신약에 대한 열정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실제로 종근당은 최근 3~4년 내 국내 제약사 가운데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가장 높은 제약사로 꼽힌다. 국내 상위제약사 평균 매출 대비 연구비 비중이 7% 내외인 데 비해 종근당은 매출의 12~13%를 꾸준히 투자해오고 있다.
20호 국산신약 듀비에정도 개발 도중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지만 ‘완주’할 수 있었던 것도 ‘실패를 두려워 말고 가보자’는 분위기 덕분이었다. 글리타존계열 당뇨병치료제는 2005년 다국적제약사 GSK의 제품에서 일부 부작용이 나타나 논란이 된 바 있다. 또 다른 경쟁제품인 일본 다케다의 제품에서는 장기복용시 방광에 무리를 야기하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김 소장은 “한창 연구개발 단계에서 같은 계열인 GSK 제품에서 부작용 지적이 나왔을 때가 가장 큰 고비였다”며 “기존 두 제품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모두 없애느라 애를 먹었다”고 설명했다. 2000년 개발에 들어간 듀비에정이 13년간 소요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중대 고비 때마다 김 소장과 연구원들은 ‘과연 이 약을 우리 가족에게 먹일 수 있을까’ ‘내가 평생 먹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아왔다.
김 소장은 “당뇨병약은 평생 먹기 때문에 단기간에 무리하게 혈당을 내리는 것보다 내 몸에 있는 인슐린을 제대로 사용해 장기적으로 안전하게 효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며 “두 가지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만큼 자신있는 신약”이라고 강조했다.
듀비에정은 인슐린은 분비되지만 체내 장기의 인슐린 감수성이 떨어져 인슐린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제2 당뇨환자에게 적합하다.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주기 때문에 췌장의 수명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종근당은 5000억원 규모인 국내 당뇨병 시장에서 듀비에정 발매 첫해인 내년 목표를 100억원으로 잡고 있다. 김 소장은 “토종 신약을 대형 품목으로 키워 국산 신약의 자존심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종근당은 이와 별도로 현재 미국 유럽 등 서구의 고도비만환자를 겨냥한 글로벌신약 ‘732’의 2상 시험을 끝내고 3상 시험을 준비 중이다. 김 소장은 “732는 세계 10대 개발 신약에 꼽힐 정도로 비전이 있는 신약”이라며 “종근당이 해외에 직접 수출하는 첫 번째 글로벌 신약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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