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다닌다고 간만 커졌나…

입력 2013-07-30 17:07   수정 2013-07-31 02:57

인사이드 Story - 공기업 '비리 바이러스'…해마다 징계 사태

해외시찰 도중 성추행…집행안된 인건비로 임금인상
병가 직원도 초과 근무수당…금품수수는 '고질병'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 직원들의 비리가 도를 넘고 있다. 성 추행, 뇌물 수수 등 개인적 일탈행위는 물론 퇴직금 부풀리기, 편법 임금인상 등 사실상 조직적으로 이뤄진 공금 유용도 적지 않았다. 공공기관 감사 때마다 단골 메뉴로 지적된 법인카드 무단 사용도 여전했다.

○공금 빼먹기 만연

한국경제신문이 3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최근 올라온 공공기관 내부감사 결과와 감사원 지적 사항을 살펴본 결과다. 지난 정부뿐 아니라 서슬퍼런 새 정부 초기에도 공공기관 직원들의 복무 기강 해이나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직원 A씨는 지난 4월 유럽에서 진행된 해외 시찰 도중 시찰단에 포함된 업체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 4일 해임됐다. 현지에서 진행된 회식 중 성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해임 조치에 불복해 노동위원회에 제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공기관 직원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기관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 돈=눈 먼 돈’이라는 인식도 여전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인건비를 부당하게 올린 사실이 최근 감사원에 적발됐다. 전체 인건비 중 신규 직원을 뽑지 않거나 결원이 발생해 남은 인건비 10억4500만원을 기존 직원들의 임금 인상에 쓴 것. 이 연구원은 감사원 지적을 받고서야 뒤늦게 부당 임금 인상분을 내년부터 3년간 매년 3억5000만원가량씩 반납하기로 했다.

한국마사회는 최근 직원 4명이 퇴직금 과다지급으로 경고 또는 주의 조치를 받았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급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은 퇴직금 계산 때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어기고 경영평가 성과급 전액을 평균임금에 포함시켰다. 결과적으로 퇴직금이 실제보다 과도하게 지급됐다. 한국특허정보원은 지난해 병가나 출산 휴가를 낸 직원들에게까지 초과 근무수당으로 956만원을 지급했다가 감사원 조치를 받고서야 뒤늦게 환수에 나섰다. 전형적인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다.

○감사 뜨면 줄줄이 징계

법인카드나 회사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국세라믹기술원 직원들은 지난해 3월 법인카드 마일리지 등을 이용해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 법인카드 마일리지 등은 기관 수입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긴 것. 일부 직원은 원래 회의비 명목으로 책정된 521만원을 자택 인근에서 썼다가 감사에 걸리기도 했다. 보건의료연구원에선 지난해 법인카드 무단사용으로 관련 직원이 해임됐다.

국제보건의료재단 산하 의료기기센터 직원 3명은 최근 3년간 업무용 차량에 부착해야 할 하이패스 카드를 개인 차량에 달고 출퇴근하다 덜미가 잡혔다. 공무원연금공단의 모 직원도 업무용 차량을 주말에 개인 용도로 몰고 다닌 사실이 최근 내부감사 결과 들통이 났다.

금품 수수도 빠지지 않았다. 근로복지공단 직원은 고용 보험료를 체납한 사업장에 보험료 감액과 압류 해제 상담 등을 해준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가 지난 5월 징계를 받았다.

최근 원자력 발전소에 들어가는 부품납품 비리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의 비리 혐의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전 최고경영자(CEO)까지 검찰 조사를 받았고 40여명의 직원이 무더기로 중징계를 받았다.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단순 실수는 곧바로 바로잡으면 되지만 구조적 비리는 기관 경고 등을 통해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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