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일본 극우성향 잡지인 ‘사피오’에 어이없는 글이 하나 실렸다. 내용은 ‘한국인들이 한글우대정책으로 한자를 모르기 때문에 노벨상을 아직까지 타지 못했다’는 것. 한자를 사용하는 일본이 학술적으로 앞설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한글과 노벨상을 엮은 착상이 기발(?)하다.
글을 기고한 사람은 일본 다쿠쇼쿠대 교수라는 명함을 갖고 있는 오선화 씨(57). 일본 극우 쪽에서는 알아주는 인사다. 한국 출신으로 한국을 비판하는 ‘용기 있는 평론가’라는 상징적인 역할을 한다. ‘객관’이라는 탈을 쓰고 일본 극우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오씨는 1983년 일본으로 건너가 1990년대 중반 일본으로 귀화했다.
그의 ‘망언 수위’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나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총독부 통치는 평화로웠다” “창씨개명은 하고 싶은 사람만 했다” “강제 연행한 종군위안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의 식민지 통치가 한국을 발전시켰다” 등이 모두 오씨 작품이다.
그런 그가 지난 27일 한국을 방문하려다 인천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됐다. 조용히 돌아갈 그가 아니다. “문명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거나 “(한국은) 인권도 무엇도 없다”는 말을 쏟아냈다. 우익지인 산케이신문은 이 내용을 1면 톱뉴스로 전했고, 판매 부수 1위라는 요미우리신문도 다음날 2면에 관련 기사를 배치했다. 기사 내용도 오씨 발언만큼이나 황당했다. 그를 모국으로부터 탄압받는 ‘양심적 지식인’인 양 묘사했다.
늘 그렇듯, 한국의 인터넷 공간은 ‘일본 성토장’으로 변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하면 왠지 또 당한 느낌이다. 일본 우익인사의 돌출행동이 한·일 양국 관계 악화로 이어지는 익숙한 패턴. 이번에도 일본 극우세력 작전에 말려든 느낌이다.
오씨는 올 들어서도 몇 번 한국을 들락거렸다고 한다. 하지만 별로 화제가 되진 못했다. 그냥 무사 통과했기 때문이다.
출입국관리법 11조는 대한민국의 국익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는 외국인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씨를 되돌려 보낸 게 국익에 부합했는지, 그냥 모른 척 무시해 버리는 게 나았던 것인지. 차분하게 계산기를 두드려 보는 과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안재석 도쿄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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