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기 "한미FTA 원산지 규정 너무 복잡…관세 혜택 포기하는 中企 나올 것"

입력 2013-07-30 17:21   수정 2013-07-31 04:39

WTO의 산 증인 김의기 법무법인 율촌 고문

특정산업 보호하다 보니 원산지 규정 일관성 잃어
정부·민간단체가 나서 전문가 양성…中企 도와야




김의기 법무법인 율촌 고문(60)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산증인’이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가 WTO로 바뀐 1995년부터 올해 6월 율촌 고문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18년가량 WTO에서 일했다. 1977년 관세청 사무관으로 시작한 것부터 따지면 36년동안 관세와 통상, FTA 원산지 관련 업무를 한 셈이다. 최근 ‘한·미FTA 원산지 규정 해설’이라는 책도 냈다.

그는 한·미 FTA에 대해 “원산지 규정이 너무 까다롭고 복잡해 관세 특혜를 포기하는 업체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산지 규정은 FTA 관세 혜택을 받는 지역에서 만든 제품인지 여부를 가리는 기준을 말한다. ‘FTA에 자유무역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미 FTA 원산지 규정이 까다로워 당초 기대했던 자유무역 확대 효과가 반감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고문은 한·미 FTA 원산지 규정이 복잡한 이유에 대해 “특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원산지 인정을 아주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국의 이해를 반영하다 보니 원산지 규정이 일관성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김 고문은 “한국 정부가 쌀 등 농산물 시장 개방을 최소화하는 쪽에 많은 힘을 쏟다 보니 결과적으로 원산지 규정 협상에서 미국 주장을 거의 대부분 수용한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미 FTA 원산지 규정은 한 가지 품목이 책의 거의 한쪽을 다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며 “누가 제대로 이해하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런 원산지 규정은 거대한 정글”이라는 표현도 썼다.

미국 세관의 원산지 사후검증이 한·미 간 ‘관세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FTA를 체결한 만큼 원산지 규정 준수 여부에 대해서도 상대를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는 발효초창기이기 때문에 서로가 탐색을 시작하는 국면으로 봐야 한다”며 “원산지 규정을 어겼으면 자발적으로 신고해 미납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원산지 규정을 잘 모르는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는 “정부나 민간단체가 원산지 전문가를 많이 양성해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중 FTA 등 새로 시작하는 협상에서는 쉽고 간편하면서도 한국의 국익을 최대한 반영하는 원산지 규정을 만들 수 있도록 최고의 협상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고문은 “WTO가 출범한 해부터 제네바에서 일하다가 올해 5월 귀국한 것은 조국의 발전에 조그만 기여라도 해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통상문제는 물론 원산지 규정과 품목분류, 관세평가 등 관세행정 분야에서 익힌 경험을 살릴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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