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스토리 ⑤]세계 완성차가 탐낸다…이미지넥스트, 360° 카메라 '옴니뷰' 개발 스토리

입력 2013-07-31 08:28  

360°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AVM) 원천기술 보유업체 '이미지넥스트'
벤처 1세대 백원인 대표 "내비게이션-블랙박스 차세대 주자는 옴니뷰"



끝모를 불황의 터널에서도 남다른 노력과 혁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우뚝 선 성공기업들의 숨은 이야기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발굴한 기업들의 생생한 성공스토리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도전과 위로가 되어 드릴 것입니다. <편집자 주>


"블랙박스 지고 360° 카메라 '옴니뷰' 시대 온다"

모르는 길도 친절하게 찾아주는 '길안내 도우미' 내비게이션. 지난 몇 년 동안 최대 호황을 맞았다. 운전자들의 필수품으로 떠오르면서 한때 중고시장에서도 불티나게 거래되는 등 히트 상품으로 각광받았다. 대다수 운전자들이 지금은 없으면 운전할 때 불편함을 느낄 정도다.

인기가 시들해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이런 내비게이션 시장도 포화상태로 접어들면서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그 자리는 누가 꿰 찼을까? 자동차 사고영상을 기록하는 블랙박스(차량용 영상녹화장치)다.

하지만 블랙박스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사고 후 사후처리를 위한 장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블랙박스 제조업체들도 적어도 100여개 이상 난립했다.

그렇다면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의 뒤를 잇는 차세대 장치는 무엇일까? 블랙박스 기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AVM, Around View Monitoring) 시스템이 최근 운전자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BMW 벤츠 인피니티 등 고급 수입차의 첨단 기능으로 꼽히던 AVM이 제네시스, 그랜저 등 국산 중대형 세단의 최신 옵션(선택 품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내 차 주변의 360° 영상을 모니터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옴니뷰(Omnivue)'가 자동차 애프터마켓 제품으로 나오면서 향후 블랙박스 수요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진화하는 블랙박스 시장에 발빠르게 대처해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옴니뷰를 지난 3월부터 애프터마켓 시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이미지넥스트가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 백원인 대표이사(56·사진)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AVM 특허 기술을 등록했다. 그는 내년이면 블랙박스 시대도 저물고 블랙박스 기능까지 갖춘 옴니뷰가 가장 뜨거운 아이템이 될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 사고예방이 먼저···블랙박스와 차별화

"자동차 사고는 처리보다 예방이 먼저입니다."

백 대표는 "내년이면 국내 블랙박스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며 "블랙박스 기능을 대체하는 360° 카메라 AVM의 전성시대가 올 것"으로 예측했다.

블랙박스는 자동차 애프터마켓 시장에서 요즘 핫 아이템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백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블랙박스는 남의 차를 촬영하고 내 차가 파손된 이후의 사고 유무를 확인하는 장치로 사고예방엔 한계가 있다는 것.

그는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유치원 차량 아동 사고로 인해 유치원 관계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 어린이 안전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아이템이 바로 옴니뷰"라고 확신했다.

옴니뷰는 블랙박스의 단점을 극복하고 완전히 차별화 했다. 사고 이전에 내 차의 안전을 지켜주는 자기운전과실사고율 제로를 위한 신제품이란 게 그의 설명.

"옴니뷰는 하늘에서 차를 내려다 보는 것처럼 자동차 주변의 360° 모습을 실내 모니터로 볼수 있습니다. 4채널 블랙박스보다 카메라 기능이 뛰어나죠. 주차하기 까다로운 사각지대까지 운전자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백 대표는 "블랙박스와 연동시키면 녹화 지원까지 가능하며 앞으로 상시녹화 기능을 옴니뷰에 추가하면 굳이 블랙박스는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블랙박스 시장도 내비게이션과 마찬가지로 점차 포화상태로 접어들고 있는 데다 우선 팔고 보자는 식의 저가 경쟁도 불사하는 상황까지 이르러 앞으로 블랙박스는 경쟁력이 점차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AVM 시스템은 차량의 전·후방과 좌·우 아웃사이드미러 하단에 각각 1개씩 총 4개 장착된 광각카메라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차량 주변의 360° 모습을 운전자가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게 특징. 장애물과 충돌 위험이 생길 경우 미리 경고음을 보내거나 주차까지 쉽도록 배려했다. 시내 주행에선 시속 30㎞ 미만으로 달릴 때 모니터 화면을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지넥스트가 AVM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에 솔루션을 제공했으며 르노삼성자동차엔 딜러 옵션(비포마켓·자동차 출고 전 시장)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중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 제네시스와 그랜저, 르노삼성차 SM7, QM5 등 일부 모델의 출고 차량에 AVM 시스템이 탑재되고 있다.

백 대표는 "AVM은 현재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초기 단계여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향후 5년 이내에 승용차와 상용차 전 차종에 장착될 것"으로 낙관했다.

◆ 벤처 1세대 140억원 투자한 결실

지난 20년간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해 온 백 대표가 창업에 뜻을 둔 계기는 1990년대 외환위기가 발단이 됐다. 1998년 미국 반도체 업체 어플라이드 머트리얼스(AM)사의 소프트웨어 부문 아시아 책임자로 근무했던 백 대표는 한국이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 창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국내 원천기술의 필요성을 그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던 그는 회사를 박차고 나온 2001년, 젊고 유능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 의기투합해 소프트웨어 회사 ㈜미라콤아이앤씨를 설립했다. 이어 2004년 당시 매물로 나온 현대정보기술을 인수하면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미래 신사업이 무엇일까를 고민해 오던 시기 모기업으로부터 인수 제의를 받아 미라콤과 현대정보기술을 합병한 회사를 매각한 후 2007년 이미지넥스트를 설립했다.

창업 멤버들과 AVM 초기버전을 실험해 성공 가능성을 본 것은 2008년. 당시 백 대표가 자가용으로 이용하던 에쿠스에 카메라 4개를 달아놓고 제품 개발에 매진했던 것. 그 결과 일본과 유럽 1~2곳 업체만 원천 기술을 갖고 있던 AVM을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성과를 냈다.

백 대표는 "자동차 산업에 정보기술(IT) 융복합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접목해 AVM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며 "당시 볼 수 있고 만져지는 융복합기술로 사업전환을 하기로 결심한 뒤 소프트웨어와 카메라 영상·하드웨어를 융합한 영상알고리즘을 개발하게 되면서 충분한 기술적 사업적 성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미래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장으로서 자동차 소프트웨어 분야를 보게 됐다"는 백 대표는 "소프트웨어와 영상의 융합·임베디드에 대해 생각했고 여기에 하드웨어가 더해져 옴니뷰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백 대표가 옴니뷰를 완성하기까진 장장 7년의 시간이 걸렸다. 지난 3월 완성품을 시장에 내다팔기까지 약 140억원 비용을 투자했으며 개발 기간만 70개월 이상 공을 들였다.

AVM 특허기술을 보유하게 되면서 이미지넥스트는 '스마트카 솔루션 전문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따냈다. 차량 안전관제서비스 및 관련 기술을 취득했고 해외 특허 4건을 포함 총 15건의 스마트카 기술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김포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으며, 경기 용인지역에 생산설비를 확충할 계획이다.

백 대표의 사업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 시장까지 그 규모를 넓히고 있다. 독일 등 일부 유럽 시장에 캠핑카를 중심으로 200여곳의 판매 채널을 구축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에도 100여곳의 옴니뷰 장착지점을 갖췄다. 미국은 연간 5만세트를 타깃으로 현재 영업을 진행 중이다.

백 대표는 "유럽 시장은 스펙이 까다로워 진출하기까진 품질 검수 및 인증만 2년이 걸렸다"면서 "향후 중국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 중국 공장 건설도 장기 플랜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 2014년 국내서 연간 20만개 판매…3년내 1000억 매출 목표

직원 44명 남짓 규모의 이미지넥스트는 이제 막 옴니뷰를 통해 매출을 창출해야 하는 출발선상에 올라선 회사다. 때문에 아직은 수익성 면에서 초라하다. 그럼에도 성장 잠재력만큼은 풍부하다. 백 대표와 연구원들은 IT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다양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선 포르쉐, 벤틀리 등 고가 수입차 오너뿐만 아니라 학원버스 운영회사로부터 제품 구매 문의가 늘고 있다. 올 3월 본격판매를 시작한 이후로 매월 두 배씩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백 대표는 털어놨다.

"수입차는 범퍼 교체 비용만 해도 많이 비싼데 100만원 안팎의 옴니뷰만 장착해도 사고손실을 줄일 수 있어요."

옴니뷰는 소비자 가격 80만~120만원대의 제품이 시판중이다. 전국120곳에 애프터서비스(AS) 장착점을 갖췄다. 백 대표는 올 연말까지 공식 장착지점 OVC(옴니뷰 센터)를 500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내년이면 초기 시장의 60배로 판매 규모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백 대표는 "AS 지점은 서울 경기권이 40%, 나머지는 지방에 있다"며 "올 연말까지 500개를 갖추기로 한 이유는 내년에 연간 20만개를 팔려면 사후 서비스 지점도 그만큼 확보해야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블랙박스를 찾는 고객의 10%만 잡아도 앞으로 신규 수요는 엄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장기 플랜을 세워놓은 까닭에 올 한해 목표 매출액은 150억원으로 잡았으며 3년내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AVM이 입소문을 타면서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업체 연구원들이 옴니뷰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요. (우리 제품의 기술을 흉내낸) 옴니뷰와 비슷한 제품이 조만간 시중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백 대표는 옴니뷰를 뜯어보고 기술을 모방하는 업체들이 앞으로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업체들은 좋은 기술을 확보하면 협업하는 풍토가 강하지만, 한국은 서로 경쟁하면서 남의 기술을 훔치는 게 습관화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백 대표는 그러나 후발 업체들이 옴니뷰를 흉내낸 제품을 내놔도 절대 두렵지 않다고 자신했다. 옴니뷰는 앞으로 물체와 사물의 인식 기능까지 더해진 업그레이드 제품이 출시 예정이라는 얘기다.

"다른 업체들이 옴니뷰를 모방할 것에 대비해 향후 5년까지 업그레이드 기술을 데모 테스트까지 이미 다 마쳤습니다. 지금 밝힐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경쟁 업체들이 AVM을 내놓으면 더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여 소비자를 놀라게 하겠습니다."

글=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사진=한경닷컴 변성현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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