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K5 터보, 고성능 세단을 향한 기아의 도전

입력 2013-07-31 10:58  

날렵한 운동 능력···연비와 소음은 경쟁력 떨어져



K5는 기아자동차 디자인 혁신의 주역이다. 2010년 처음 나왔을 때 YF쏘나타 보다 외모가 낫다는 다수의 반응은 '독일차 같은' 디자인이 한몫 했다.

아우디 폭스바겐에서 일하면서 명성을 쌓은 피터 슈라이어의 디자인 마법이 빛을 발한 모델이란 소릴 들었다. 기아 K시리즈가 히트 상품으로 올라서는데 K5 역할이 컸다.

3년이 지난 시점에서 기아차는 K5에 변화를 줘야 했다.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을 내놔야 하는 시기가 왔기 때문. 신차 효과가 떨어지면서 올 상반기 국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K5 페이스리프트의 숙제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어떤 변화를 그려내야 점차 식상해진 이미지를 벗을 수 있을까. 기아차가 고민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K5는 기아차가 '디자인 경영'으로 자동차 업계를 놀라게 한 성공한 작품이어서 변화에 대한 부담이 뒤따랐다. 그런 고심 끝에 K5 페이스리프트는 '작은 변화'를 담아냈다.

외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멀리서 보면 초기 모델과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놓고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전면부 그릴 아랫부분에 4개짜리 발광다이오드(LED) 안개등을 새로 꾸민 것. 성형수술 보단 보톡스 시술에 가까운 셈이다. 고급감이 살짝 더해진 실내 인테리어도 마찬가지.

시승차는 K5 터보 노블레스(등급). 8인치 내비게이션(후방카메라 포함)과 파노라마 선루프가 추가된 모델로 차값은 3200만원이다. 도요타 캠리 보다 비싸다. 이 차를 타고 최근 하루 코스로 여수를 다녀왔다.


운동 성능은 나무랄데 없다. 최고출력 271마력, 최대토크 37.2㎏·m의 힘을 내는 2.0 터보 직분사 엔진은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이는데 스트레스가 없다. 마음 먹고 페달을 밟으면 시속 180㎞까지도 가뿐히 속도가 붙는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 시간까지 포함해도 서울에서 출발한 차가 여수까지 가는데 4시간이면 충분했다.

요즘 트렌드에 맞춰 에코·일반·스포츠 3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하는 기능도 있다. 연비를 고려한다면 에코 주행을 해야 겠지만 이때 토크 힘은 조금 답답했다. 스포츠 모드에서의 움직임이 훨씬 가볍다.

K5 터보는 현대·기아차가 앞으로 고성능 세단 라인업을 갖춘 브랜드로 성장하는데 주효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K5 터보를 통해 성능에 대한 소비자 불만족은 일부 해소했다.

아쉬움은 연비와 소음이다. 고속도로에서 많이 탔지만 표시연비 수준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물론 여름철 에어컨을 가동한 탓에 연비가 좋게 나왔을 리가 없다.

서울 시내에서 탈 땐 ℓ당 7~8㎞ 수준. 시내와 고속주행을 합친 복합 연비는 10.3㎞/ℓ인데 실제 주행에선 평균 8~9㎞/ℓ 가량 나와 좋은 편은 아니다.

유럽차 업체들이 고연비 디젤 세단을 앞세워 현대·기아차의 안방 공략을 가속화 하는 현 시점에서 연료 효율성 높이기는 향후 풀어야 할 과제다. 최근 르노삼성자동차가 1.6 다운사이징 엔진을 얹은 SM5 TCE와 비교해도 실주행 연비는 떨어진다.

주행 소음 역시 중형세단 치곤 크다. 준중형 아반떼보다 소음차단 능력이 좋진 않다. 시속 80km~100km 쯤 속도를 올려도 운전 중 음악 듣기가 불편하다. 음악 애호가라면 K5 터보의 풍절음(주행 시 바람 가르는 소리)에 눈물을 흘릴지도.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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