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골목 풍경은 바뀌지 않았다…

입력 2013-07-31 17:02   수정 2013-07-31 21:21

동네 빵집 주인들이 여전히 장사가 안된다고 하소연한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신규 출점 억제, 거리제한 등으로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같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막았지만 그 결과 규제를 받지 않는 기업형 중소 체인점들이 골목으로 더 밀고 들어와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이지바이, 잇브레드 같은 중소 체인점 점포 수는 올 들어 6월까지 각각 20%와 133%나 급증했다. 골목은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빵집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의 강제휴무가 시행된 지 오래지만, 동네 슈퍼들이 살만해졌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소형 골목 슈퍼(나들가게)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689억원을 지원받았지만 점포 주인들 가운데 58.9%는 영업이 쇠퇴기라고 하고, 폐업 및 업종전환을 고려 중이란 응답도 6.9%에 이른다. 전통시장도 마찬가지다. 전국 1511개 전통시장의 일평균 매출은 지난해 4502만원으로 2010년보다 10% 줄었고, 점포당 일평균 매출은 19% 감소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동반성장위원회가 동네 상권을 살리겠다며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니 출점 거리제한이니 하며 골목 규제에 나섰던 게 당초부터 타깃이 잘못됐음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게다가 골목 규제는 예기치 않은 재앙을 불러 오고 있다. 신규 점포가 들어설 자리가 뻔해지자 기존 점포의 프리미엄은 치솟고 건물 주인들은 임대료를 더 내라고 요구하는 실정이다. 일본 등 외국업체들만 살판이 났다. 편의점 치킨 피자 커피전문점 음식점 등의 업종에서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까지 발을 묶은 데 따른 필연적인 귀결이다. 모두가 예측됐던 그대로다.

골목상권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변할 수가 없다. 일부 대기업만 화형에 처해졌을 뿐이다. 동네 점포의 한숨은 더 커지고, 국내에 진출한 외국업체들은 표정관리에 바쁘다. 양돈사업도 대기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니 국내에 들어와 있는 글로벌 업체들엔 횡재다. 시장이 다르고 소비자가 다른데 엉뚱한 곳에서 희생양을 찾으니 문제만 더 꼬인다. 이런 거짓말 소동을 언제까지 계속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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