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갈팡질팡…보금자리 등 27건…시장 현기증
현정부도 벌써 2차례…4·1 대책 3개월 만에 또 후속안
국회는 '발목 잡기'…양도세 중과 폐지 등 불투명
“현재 부동산시장은 외환위기는 물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도 나쁜 상황입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만든 규제를 과감하게 풀지 못해 침체를 심화시킨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김충재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계속되고 있는 부동산시장 침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27차례 크고 작은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전 정권의 ‘집값 급등 트라우마’로 과감한 규제 완화보다는 소극적인 대책으로 일관한 데다 야당의 반대로 입법화에도 실패하면서 실제 효과는 미미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4·1 대책 후속 방안 발표로 새 정부도 취임 5개월 만에 두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게 된 만큼 앞으로는 대책의 효과와 실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타이밍 놓친 이명박 정부
노무현 정부 시절 호황을 누리던 부동산시장은 2008년부터 급격히 냉각됐다. 출범 첫해였던 이명박 정부는 3월(장기보유·1주택자 특별공제)과 6월(지방 미분양 대책) 잇달아 대책을 내놓으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그러면서도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 공급 확대를 추구, 오히려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켰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던 2008년 9월19일 150만가구에 달하는 보금자리 주택 건설 계획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변 시세의 절반 가격에 집을 공급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수도권 주택시장은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오락가락하는 대책은 시장의 불안감만 가중시켰다. 노무현 정부 시절 본격화된 수도권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1·3 대책’으로 완화했다가 2009년 ‘9·7 대책’을 통해 다시 강화했다. 주택거래가 줄어들자 2010년 ‘8·29 대책’으로 풀었다가 2011년 ‘3·22 대책’으로 다시 묶었다.
부처 간 조율이나 당·정 협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방통행식으로 발표된 점도 문제였다. 2009년 양도세 한시 비과세의 경우 기획재정부와 당시 국토해양부가 갈등을 빚었다. 국토부와 서울시도 뉴타운 해제를 두고 충돌했다. 정부가 발의한 법안이 여당 내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아 통과되지 못하는 사례도 많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정책에 당·정 간 이견으로 입법화도 지연되면서 부동산시장은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국회에 발목 잡힌 박근혜 정부
박근혜 정부가 취임 후 처음 내놓은 ‘4·1 부동산대책’은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한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놓고 벌어진 여야 간 힘겨루기로 입법화에 실패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도입하는 주택법 개정안은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된 상태다. 여야 모두 도입 자체에는 찬성했지만 NLL 등 정치 이슈로 소위가 열리지 않아 다음 국회로 미뤄졌다. 법안 통과만을 기다리던 수도권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사업을 중단한 채 국회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노무현 정부 시절 도입된 규제 폐지안도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단골 메뉴다. 두 법안 모두 야당의 반대로 9월 국회로 밀렸지만 통과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컨트롤 타워 부재 속에 취득세 갈등도
지방세인 취득세의 영구 인하도 정부 부처 간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와도 갈등을 빚어 시장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초 취득세 인하 조치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정부가 갑자기 인하로 돌아선 데다 감소하는 지방세 보전 해법도 마련하지 않은 채 서둘러 인하 방침만 발표해서다. 특히 소급 적용 없이 9월 정기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키로 하면서 최소 2개월간 거래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서울 개포동 개포공인의 채은희 대표는 “알맹이 없는 취득세 인하 방침 발표로 ‘거래절벽’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원식 대한주택건설협회 상근부회장은 “취득세 감면이 종료된 만큼 영구 인하 방안이 확정되면 7월부터 소급해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여당 일각에서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합친 ‘종합부동산세’를 신설, 고액 자산가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리자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아예 집을 사지 말라는 것이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대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는 상황에서 국회는 물론 기재부와 국토부, 안전행정부 등 정부 부처와 지자체까지 각자의 주장만 쏟아낸 결과다.
4·1 대책의 약발이 떨어지자 국토부는 최근 수도권 주택 공급 17만가구 축소와 민간 건설사 ‘후분양 전환 지원’ 등을 담은 후속 조치를 서둘러 내놨다. 이번 대책은 국토부가 조례 변경 등으로 자체 해결할 수 있어 ‘국회 리스크’가 없다. 하지만 공급 억제를 통한 수급 불균형 해소는 장기적 접근 방법이라는 점에서 당장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실장은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정부의 대국회 활동이 보다 정교해져야 하고 정부 내에서도 혼선을 차단하고 한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며 “시장이 혼란스러울 때는 컨트롤 타워의 중요성이 그만큼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김보형/김진수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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