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 에잇시티 개발사업 결국 접는다

입력 2013-07-31 17:05   수정 2013-08-01 00:53

인천경제청 "에잇시티, 400억 증자 실패로 자동 해지"
1일 후속대책 발표…에잇시티 "인·허가 정상진행 안했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개발로 불리던 인천 용유·무의도 에잇시티(8City·조감도) 개발사업이 1일자로 자동 해지될 전망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날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에잇시티 사업 해지 사실과 그에 따른 후속 대책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라고 31일 발표했다. 317조원의 사업비가 소요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착수조차 못한 채 좌초한 데 따른 인천시와 시행사와의 책임 공방도 거세질 전망이다.

○인천경제청, “해지 결정”

인천경제청은 사업 시행예정자인 (주)에잇시티가 약속한 400억원을 이달 말까지 증자하지 못하면 8월1일자로 사업을 자동 해지한다고 지난 10일 통보했다. 에잇시티는 6월28일 현물 출자한다면서 제시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땅과 세종시 땅에 대한 등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자산가치가 500억원으로 감정된 에잇시티 소유 세종시 땅에 대해서는 이르면 이날 중으로 법원에 등기 신청을 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등기 신청 이후 수용되기까지는 수일이 걸리기 때문에 에잇시티가 약속 기일 내 증자하기란 불가능한 상황이다. 감정평가 예상금액이 550억여원인 두바이 땅은 내달 3일께 감정가가 나온 뒤에나 등기 절차를 밟는 게 가능하다.

에잇시티는 해지 통보 기일이 임박하자 부진한 사업 추진에 관한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의 귀책사유를 제시하면서 ‘해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시와 인천경제청은 “사업을 계속 하고 싶으면 약속만 지키면 될 것을 협소한 내용을 물고 늘어진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사업을 해지하라는 주민들의 전화가 매일 100통 가까이 걸려온다”며 “주민의 피해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 해지를 전제하고 이미 정책방향을 굳혔다”고 강조했다.

에잇시티 개발사업은 용유·무의 지역 79.5㎢에 317조원을 투자하는 세계적인 문화·관광·레저 및 최대 규모의 컨벤션 도시 조성 사업이다. 그동안 인천시가 야심차게 추진한 에잇시티 개발사업에 소요되는 300조원 사업비 조달 가능 여부에 대해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자칫 사업이 실패할 경우 재정난에 시달리는 인천시의 재정에 막대한 타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인천시와 에잇시티의 책임 공방 논란

에잇시티 개발사업은 2007년부터 진행됐지만 그동안 용유도 땅 주인들에 대한 토지 보상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 진행은 지지부진했다. 결국 대규모 개발 사업이 삽 한 번 떠보지도 못하고 좌초 위기에 놓인 데 대해 시와 에잇시티는 ‘서로의 책임’이라며 맞서고 있다.

에잇시티는 최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약속을 깬 건 에잇시티가 아니다’며 시와 인천경제청도 기본 협약상 내용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에잇시티는 2007년과 2008년 각각 맺은 기본협약과 주주협약 내용대로 시와 인천경제청이 에잇시티 개발계획 등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고 기반 시설도 갖추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은 “무의도의 상·하수도 시설 일부를 제외하고 기반시설은 다 갖춰졌다”며 반박했다.

인천경제청은 에잇시티 사업을 해지한 뒤 사업 부지를 나눠 단계적으로 부분개발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에잇시티 사업 면적이 마카오의 3배 규모인 79.5㎢로 지나치게 넓기 때문에 일괄 개발은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인천경제청이 초기 사업을 주도하되 국공유지 등 토지 수용 비용이 덜 드는 부지부터 개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업 해지와 동시에 에잇시티가 시와 인천경제청의 귀책사유에 대해 국제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어서 새 사업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뿐만 아니라 사업 부지 내 땅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주민이 사업 해지와 동시에 파산 위기에 몰릴 우려도 제기된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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