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6000억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추산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개최로 예상되는 생산유발효과다. 이 가운데 7조3000억원이 건설투자에 따른 효과로 잡혔다. 인천아시안게임뿐 아니라 대부분의 타당성 분석에서는 이처럼 대회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도시개발사업의 건설수요를 효과에 집어넣는다. 철도 건설, 레저단지 조성 등을 끼워 넣어 경제효과를 부풀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제스포츠행사의 타당성 분석이 거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인 경제적 타당성 조사에서 포함하지 않는 간접적 효과까지 집어넣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산업연구원이 ‘평창 동계올림픽 타당성분석 보고서’에서 추산한 생산유발효과는 20조4900억원이었다. 일반적인 경제효과 분석 방법을 사용할 때보다 2.2배나 크게 나온 것이다. 정문종 국회예산정책처 과장은 “보통 추산에 쓰지 않는 소득소비 승수효과를 넣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평창올림픽으로 인해 소득이 발생하면 소비가 늘어난다고 가정하고 이를 경제효과에 중복해 집어넣은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국가 보조금까지 수익에 넣어 추산하는 것도 문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충주 세계조정선수권대회와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의 국비와 지방비 재정보조금을 행사 수익(충주 약 432억원, 문경 420억원)으로 잡았다. 두 대회는 타당성 분석 결과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됐지만 보조금을 제외하면 각각 467억원, 431억원 적자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타당성 분석을 담당한 각종 기관들은 이런 방식으로 경제효과를 부풀렸다. 용역을 발주한 지자체의 입맛에 맞는 보고서를 쓴 것이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지난해부터 대외경제정책연구원으로 분석기관이 일원화됐지만 신뢰성 문제는 여전하다. 김상우 국회예산정책처 평가관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인천 아시아경기대회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2880만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에 대한 근거는 빈약하다”며 “통계자료 부족에 무리한 가정까지 들어가 객관적인 분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자체가 제출하는 기초 계획서 자체가 부실해 오판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항변하고 있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기초적인 평가가 불가능할 정도로 통계 등이 부실한 지자체 계획서가 많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최근 타당성 조사 실명제 도입과 유치신청 1년 전 타당성 조사 의무화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타당성 조사 자체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대책이 없을 뿐 아니라, 지원법 제정 등으로 타당성 조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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