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준사법 독립기관인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25년 만의 일로, 1916년 ITC 창설 이후로도 5번 밖에 없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미 무역대표부(USTR) 마이클 프로먼 대표는 3일(현지시간) 어빙 윌리엄슨 ITC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애플 제품에 대한 ITC의 수입금지 및 판매유통금지 명령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애플은 아이폰4, 아이패드2 등 중국에서 생산되는 구형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제품을 계속 미국으로 수입할 수 있게 됐다.
앞서 ITC는 지난 6월 초 애플의 구형 제품들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일부 침해한 것으로 규정해 이들 제품을 미국 내 수입 금지해야 한다고 판정하고, 백악관에 이 같은 내용을 권고했다.
이날 프로먼 대표의 서한은 ITC의 권고에 대해 대통령이 60일 이내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나온 것.
업계에서는 당초 오바마 대통령이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1987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삼성전자 메모리칩 수입금지에 대한 ITC 결정을 번복한 이후 25년간 거부권 행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현지 언론은 "오바마 행정부가 애플 제품에 대한 ITC 수입금지 명령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삼성전자의 법적 승리를 뒤집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오바마 행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표준특허 남용 금지에 대한 의지를 확인시켜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프로먼 USTR 대표도 ITC에 보낸 서한에서 "특정 산업에 필수적인 기술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정책적으로 고려한 끝에 거부권 행사를 결정했다"며 "미국 경제와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 등을 고려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미국의 정ㆍ재계에서 백악관을 상대로 노골적인 로비를 벌인 게 주효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놨다.
실제 민주ㆍ공화 양당 소속 상원의원 4명은 최근 프로먼 대표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애플 제품의 수입 금지와 관련해 "공익을 신중하게 고려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애플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가지고 있는 이통사 AT&T도 무역대표부를 상대로 거부권 행사를 압박했었다.
삼성전자는 관계자는 "애플이 우리 특허를 침해하고 라이선스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음을 인정한 ITC의 최종 판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결정에 따라 오는 9일 예정된 ITC의 삼성전자 특허 침해 여부에 대한 최종판결에도 변수가 생길 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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