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女 살인사건' 현직 경찰, 검거

입력 2013-08-04 15:36  

'거짓임신' 속아 내연녀 살해


전북 군산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살인사건 용의자인 현직 경찰이 사건 발생 열흘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사건 초기 용의선상에 올랐다 도주한 지 8일 만에 검거된 것이다. 전북지방경찰청은 내연녀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 등)로 군산경찰서 소속 정모 경사(40)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4일 밝혔다.

정 경사는 지난달 24일 전북 군산시 옥구읍의 한 저수지 인근 도로에 세워둔 자신의 차량에서 내연녀인 이모씨(40)와 다투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군산시 회현면 월연리의 한 폐양어장 부근 평지에 옷을 모두 벗긴 이씨의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유부남인 정 경사는 자신과 성관계를 맺은 이혼녀 이씨가 “임신을 했으니 위로금을 달라”고 협박하자 가정이 깨질까 두려워 다투다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그러나 “이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태아가 형성된 흔적이 없으며 시신의 부패 상태가 심해 임신 초기 단계인지 밝혀낼 수 없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고 경찰은 전했다.

‘거짓 임신’에 속아 살인까지 저질렀다는 뜻이다. 정 경사는 시신의 부패 속도를 빠르게 해 수사진을 따돌리려고 이씨의 옷을 모두 벗긴 뒤 나무패널로 덮는 등 치밀한 면모를 보였지만 지난 2일 충남 논산의 한 PC방에서 검거됐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 경찰은 부실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이 사건 관련 참고인으로 조사하던 정 경사가 강압수사라며 반발하자 6시간 만에 풀어줬다. 경찰은 다음날인 26일 정 경사가 도주하자 하루 1300여명의 경력과 경찰견, 헬기까지 투입해 군산 일대를 이 잡듯이 뒤졌지만 허탕만 쳤다.

정 경사가 도주 첫 날인 26일 강원도 영월, 충북 제천, 대전, 전북 전주를 거쳐 오후 8시께 다시 군산에 잠입했는데도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전북지방경찰청은 지난 3일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최종선 군산경찰서장을 직위해제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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