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2년…G2G로 페루를 뚫다

입력 2013-08-04 17:17   수정 2013-08-05 01:36

KOTRA·민간기업, 훈련기·순찰차·조선 등 공공부문 잇단 수주

오영호 KOTRA 사장
"중남미·중동·아프리카 등 개도국선 정부가 계약주체로 참여하는게 효과적"



지난 2일 오전 8시30분. 페루 수도 리마의 소네스타호텔 앞에 경찰 순찰차 2대와 오토바이 2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오영호 KOTRA 사장 일행을 내무부 청사까지 호송하기 위해서였다. 경찰 에스코트는 오 사장 일행이 이날 오후 페루 국영조선소 시마(SIMA)와 조선 기자재 수출 계약 체결을 위해 방문한 해군사관학교, 주페루 한국대사관 그리고 호텔로 돌아올 때까지 12시간 이상 이어졌다. KOTRA 관계자는 “해외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가 페루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기는 드문 일”이라고 했다.

○FTA 2년…‘페루에 한국을 수출’

이날 낮 12시30분 페루 해군사관학교엔 국방부 장·차관 비롯 해군참모총장 등 ‘별 20개’가 동시에 떴다. KOTRA와 대우인터내셔널, 대선조선이 페루 국영조선소 시마(SIMA)에 군수지원함(상륙함) 2척을 건조하는 데 쓰일 설계 도면과 기자재를 수출하는 계약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페데로 카테리아 국방장관은 “한국의 기술 이전으로 해군력을 강화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은 작년 11월 국산 KT1 기본훈련기 20대를 페루에 수출했다. 한 달 후 현대차 신형 싼타페를 개조한 지능형 스마트 경찰 순찰차 800대를 G2G(정부 간 거래) 방식으로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리마에 도착한 1차 선적분 100대가 페루 최대 국경일인 독립기념일(7월28일) 행사에서 퍼레이드를 했다. 주한 페루대사관에서 무관으로 근무한 ‘친한파’ 오얀타 우말라 대통령(49)이 직접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5월 방한한 우말라 대통령은 세브란스병원을 둘러본 뒤 “한국식 병원 6개를 지어 달라”고 요청,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페루 자유무역협정(FTA)은 지난 1일로 발효 2주년을 맞았다. 양국 간 경제 교류는 빠르게 늘고 있다.

○G2G로 중남미 시장 뚫는다

오 사장은 “한국이 브라질과 유럽 등 경쟁국을 제치고 페루 정부에 항공기와 자동차, 조선을 수출할 수 있었던 것은 G2G를 적극 활용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커미션 등 음성적 거래가 많은 개도국 공공발주를 수주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양국 정부가 계약 주체로 참여하는 G2G를 활용하면 한국 기업들은 ‘급행료’ 부담 없이 대한민국 브랜드의 힘으로 계약을 따낼 수 있다”는 게 오 사장의 설명이다.

해당 정부는 수의계약을 할 수 있어 민간 업체와의 유착 등 부정부패 여지를 없애는 장점이 있다. 오 사장은 “한국과 페루의 G2G 거래는 우말라 대통령의 개혁 의지가 반영된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G2G는 방위산업 물품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 페루 정부와의 G2G는 KOTRA가 일반 물품에 대해 ‘외국 정부-KOTRA-국내 업체’ 3자 간 수출계약을 맺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

오 사장은 “일반 물품의 G2G가 개도국 시장을 뚫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며 “중남미와 중동, 아프리카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민간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주도했지만 개도국 시장에서 공공조달 분야를 통해 한국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리마(페루)=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 G2G

정부 간 거래(government to government)를 뜻한다. 양국 정부가 계약 주체로서 계약의 체결 및 이행, 사후관리 등을 보증한다. 그동안 방산물품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뤄졌으나 최근 일반 물품에 대해서도 KOTRA가 정부를 대표해 외국 정부와 수의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했다.



▶ 시에라 페루 내무장관 "한국의 높은 기술 더 전수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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