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사상 최저 수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울 명동은 ‘어음 할인’ 중개업체 간판이 즐비했지만 지금은 일부러 찾아다녀도 거의 볼 수 없다. 기업 간 거래나 일반 상거래에 어음 사용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실제 올 상반기 어음 결제 건수(하루 평균)는 7000건 아래로 떨어져 한국은행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1년 이후 2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의 자금 사정을 보여주는 한은의 ‘어음부도율(어음교환액을 부도금액으로 나눈 비율)’ 지표도 유효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 지표 개발을 검토 중이다.
○어음 결제 비중 지속 감소
전통적 결제 수단 중 하나인 어음은 17세기 후반 조선시대부터 ‘어험(魚驗)’이라는 이름으로 쓰이기 시작해 300년 이상 주요 결제 수단으로 쓰여왔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이후 어음 결제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4일 한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약속어음 하루 평균 결제 건수는 6700건에 불과했다. 작년 7700건에서 1000건 줄어든 것이다. 약속어음 결제 건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는 2만건을 넘었다. 5년여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하루 평균 결제금액도 2010년(12조6000억원) 정점을 찍은 후 올 상반기 7조8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어음 결제가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기업들이 어음 대신 인터넷뱅킹 등 전자결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기업의 과도한 어음 결제가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주요 그룹은 대부분 하도급 거래를 현금으로 결제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전체 판매대금에서 어음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26.0%에서 2010년 19.9%로 6.1%포인트 떨어졌다.
○자금 BSI는 연중 최저
어음 사용이 줄면서 어음 관련 통계에 대한 신뢰도 낮아지고 있다. 한은이 발표한 6월 어음부도율은 0.08%로 작년 1월 이후 17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부도업체 수는 58개로 사상 최저인 지난 3월(69개)보다 적었다. 수치상으로는 어음부도율 지표가 개선되면서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지표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한은이 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해 발표하는 6월 비제조업 자금사정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1로 지난 1월(83)보다 낮아졌다. 지난 5월(79)을 제외하면 연중 최저 수준이다. 자금사정BSI는 자금 사정이 좋아졌다는 업체에서 나빠졌다는 업체의 구성비를 뺀 후 100을 더해 구한다. 제조업 자금사정BSI도 90으로, 사정이 안 좋다는 응답이 우세하다.
한은 관계자는 “낮은 어음 결제 비율로 인해 대표성에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기업 자금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기업 파산 통계 등 다른 지표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은은 이르면 연내 대체 지표를 개발한다 해도 일정 기간 현행 어음부도율 지표를 함께 발표할 계획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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