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짜릿하다, 인제…모험레포츠의 천국

입력 2013-08-04 17:48   수정 2013-08-04 23:16

국내 최고 높이 번지점프대
하늘 맞닿은 외줄 지프트렉
내린천 물살 가르는 래프팅




길을 걷고 또 걸어도 산뿐이었다. 강원도 중동부에 위치한 인제는 전체 면적의 90%가 임야로 구성돼 있다. 해발 800m가 넘는 험준한 산만 200여개나 된다. 청정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사람이 사는 터전에 자연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 사람들이 포위된 형상이다. 내린천에는 천혜의 비경과 함께 래프팅을 즐기려는 이들이 해마다 수십만 명씩 찾아온다. 시대적 조류를 간파한 인제군은 ‘모험레포츠의 천국’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피서객들을 유혹한다.

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애송하는 ‘님의 침묵’의 만해 한용운 님이 공부했던 백담사를 품고 있다. 그의 정신을 기려 생긴 만해마을 또한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표피적이다. 한번도 스스로를 빛내본 적이 없다. 질박하면서도 순수한 자연의 본령을 닮았던 사람들도 세월의 흐름 속에 영악해졌지만 그들을 품은 자연은 아직 그대로다. 울울창창 푸른 숲이 있고 구석구석에는 맑은 계곡이 있다.

○가족과 함께 뗏목 체험

인제는 무엇보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기다리는 곳이다. 인제를 방문하는 가족들이 가장 좋아하는 체험은 뗏목 타기다. 뗏목은 산간 지역에서 통나무를 엮어 사람이나 물건을 운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니 모양은 통나무 여러 개를 엮은 게 전부고, 크기도 생각보다 작다. 하지만 뗏목이 주는 감동은 크다. 여러 개를 하나로 만들 수 있어 체험 인원에 따라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뗏목을 탈 때는 비치 샌들이나 아쿠아슈즈를 신어야 한다. 물에 떠 있어도 사람이 올라타면 발은 물에 잠기기 쉬워 맨발로 타면 위험하고, 통나무의 표면이 매끈하지 않아 발에 상처가 날 수도 있다.

뗏목에 대한 이야기도 아이들에게는 공부다. 인제 지역과 뗏목은 연관성이 깊다. 1943년 청평댐이 건설되기 전까지 인제 지역에서 생산된 목재는 북한강을 통해 서울로 실어 날랐다. 나무도 단순한 땔감이 아니다. 도성의 궁궐 건축에 사용되거나 왕실의 재궁(임금, 왕비, 왕세자의 유해를 모시는 관)으로 쓰이는 소나무다. 조선시대에는 국가에서 필요한 소나무를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특정한 산림을 ‘금산’이라 하여 보호했다. 바위에 새긴 금표와 봉표는 그 경계를 나타내며, 이 중 왕실의 관을 만드는 데 필요한 황장목을 생산하기 위해 지정된 숲을 표시한 것이 황장금표다. 황장금표는 인제 한계리, 원주 치악산 구룡사, 울진 소광리, 영월 두산리에 있다.

인제 지역에서는 질 좋은 소나무를 운반하기 위해 뗏목을 이용했다. 수량이 적은 상류에서는 너비 1.2~3m, 길이 9~10.8m의 소형 뗏목을 만들고, 수량이 풍부한 하류에 이르면 너비 2.4~4.5m, 길이 25~54m의 대형 뗏목으로 다시 묶어 운반했다. 뗏목은 앞에 1~2명, 뒤에 1명의 사공이 타서 운반했고, 인제 합강에서 춘천을 거쳐 서울까지 가는 데 7~15일이 걸렸다고 한다. 힘든 만큼 수입이 좋았다. ‘떼돈을 벌다’ ‘떼부자’ 같은 말이 모두 뗏목에서 유래했다.

○목공예 체험에 해양스포츠 천국

솟대를 만드는 목공예 체험도 인기다. 마을에서 준비한 소품을 이용하니 어렵지 않고, 상상력을 더해 만드니 온 가족이 집중한다. 완성된 솟대는 집으로 가져가 장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산과 강이 포근하게 감싸는 이곳에서 뗏목을 타고 농촌 체험을 하며 살아 있는 자연을 만나는 일은 아이들에게 행복한 추억이 된다.

인제에서 여름을 짜릿하게 보내고 싶다면 번지점프, 슬링샷, 지프트렉 등 레포츠를 추천한다. 합강정휴게소 앞에 설치된 번지점프대는 63m 높이에서 내린천을 향해 뛰어내린다. 휴게소에서는 높아 보이지 않지만, 점프대에 서면 국내 최고 높이라는 게 실감 난다. 뛰어내리는 3초 동안 가슴속에 쌓인 스트레스가 훌훌 날아간다. 그 옆의 슬링샷은 번지점프와 다른 재미를 준다. 슬링샷은 비행기 조종사들이 비상 탈출하는 기구에서 유래됐다. 체험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자기 하늘로 튕겨 오를 때의 쾌감은 상상 이상이다.

지프트렉은 내린천테마파크에서 체험할 수 있다. 지프트렉은 양쪽에 지주를 설치하고 그 사이를 튼튼한 와이어로 연결해 트롤리라는 도구를 이용해 빠르게 이동하는 공중 레포츠다. 내린천테마파크에는 체험, 모험, 도전 등 세 코스가 있다. 장비를 착용하고 간단한 설명을 들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단 키가 작거나 몸무게가 많이 나가 하니스(안전띠)를 착용하기 어려운 사람은 체험을 제한한다.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통해 추락 위험 요소를 최소화해 교관의 안내에 따르면 그리 위험하지 않다. 어느 구간에서는 줄에 매달려 날고, 어느 구간에서는 구름다리를 건너며 짜릿함을 맛본다. 이외에도 내린천 래프팅, 리버 버깅(1인용 래프팅), 밀리터리 체험 등 다양한 레포츠가 있다.

○여행팁

서울에서 원통까지는 버스가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 38회 운행한다. 상봉터미널에서는 하루 2회(오전 6시50분, 오전 9시50분) 다닌다. 춘천동홍천고속도로에서 동홍천 인터체인지를 타고 나오면 44번 국도가 나온다. 철정검문소에서 신남선착장을 거쳐 합강정 삼거리를 돌면 원통이다. 근처에 버스터미널과 체육공원 등이 있고 냇강마을까지 연결된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굿스테이 업소인 하늘내린호텔 (033-463-5700)과 파인밸리(033-462-8955)가 깨끗하다. 순두부정식집은 백담순두부(033-462-9395)가, 황태요리는 황태촌식당(033-462-5855)과 할머니황태구이(033-462-3990)가 맛있다. 이색 음식을 먹고 싶으면 감자옹심이가 좋다. 박가네감자옹심이(033-461-7981)가 잘한다. 오는 10~13일 백담사 만해마을과 하늘내린센터 일원에서는 만해축전(manhae.com)이 개최된다.(033-462-2304) 대암산 용늪과 인제산촌민속박물관, 한국DMZ평화생명동산 등도 볼 만하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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