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다. 세계 주요국 경기가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환율 전쟁, 자국산업 보호주의 등으로 기업경영 환경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 위기를 헤쳐나가는 기업은 흥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망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위기극복 전략을 분석해 7가지 트렌드를 뽑아냈다. 핵심 내용은 △사업구조를 바꾸고 △이종(異種)산업에서 새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더 유리한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며 △신흥시장에 주력하고 △기존 기술·제품을 융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전략이다.
쇄신
필립스, 오디오사업 접고 조명·의료기기 집중
실제 주요 기업들이 추진하는 불황 극복 전략도 대체로 이런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전략은 쇄신이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전자업체 필립스는 지난 5월3일 사명을 ‘필립스전자’에서 ‘필립스’로 바꿨다. 반도체와 TV, 오디오 등 경쟁력을 잃은 사업부문을 정리하면서 조명·의료기기·소형가전 등 새로운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최근 IPTV 플랫폼 사업부인 ‘미디어룸’을 팔고 기존 사업에 주력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LG전자도 2000년부터 시작한 통신장비 사업을 13년 만에 접었다. 스마트폰 등 핵심 사업분야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다.
새 비즈니스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 호텔업 진출 추진
이종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기업도 많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에너지, 헬스케어 등 기존 주력산업에 더해 최근 유전 장비업체 루프킨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전자책·온라인 쇼핑업체인 아마존도 올해 1월 문자·음성 변환기술을 갖춘 기업인 이보나를 인수했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위해서다.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는 색다른 도전에 나섰다. 이 회사는 최근 호텔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하고, 향후 10년간 유럽 전역에 중저가 호텔을 짓는다는 계획을 내놨다.
생산기지 이전
유니클로, 중국서 베트남으로 공장 이전
생산기지를 재배치하는 기업도 많다. 지난 10년간 중국에 생산기지를 뒀던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지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추세가 뚜렷하다. 좀 더 나은 조건과 신시장 공략 등 다목적 포석이다. 저가 의류업체 유니클로의 협력사 레버스타일은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공장 이전을 추진 중이며, PC 제조업체 레노버는 중남미 시장 공략을 위해 브라질에 생산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연합·융합
애플 ·나이키, 스포츠 용품에 IT 접목
무엇보다 최근 기업 경영의 핵심 트렌드는 ‘연합’과 ‘융합’이다. 혼자서, 혹은 한 가지 제품으로 승부를 거는 시대는 지났다. 다른 영역의 기술·제품과 서로 ‘합치고 섞는’ 게 대세다. 애플과 나이키, 구글과 아디다스는 각각 연합전선을 만들어 신발, 스포츠 의류에 정보기술(IT)기술을 접목한 신상품 개발 경쟁을 시작했다.
한국기업 발빠른 대처
삼성, 반도체·디스플레이 공격 투자
현대차, 전기차·하이브리드카 개발 박차
불황을 넘어서기 위한 한국 주요 대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여전히 미래 먹거리를 고민 중이다. 2010년 발광다이오드(LED)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5대 신수종사업을 선정했으나 지지부진해 추진동력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기존 주력사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집중하고 공격적인 투자로 불황 탈출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그룹 주력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작년보다 1조원가량 늘어난 24조원을 올해 설비투자에 투입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친환경차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차 등에서 미리 경쟁력을 확보해야 향후 10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 경쟁구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SK그룹도 기존 정유·화학 사업 외에 전기차 배터리, IT부품(회로기판)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LG그룹은 주력사업을 대체할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쏟고 있다. △태양전지·연료전지 등 에너지 △배터리 등 친환경 자동차부품 △차세대 조명 등 리빙에코 △헬스케어 등을 중점적으로 육성 중이다.
다른 그룹들도 분주하다. GS그룹은 에너지와 발전 사업에서 새 동력을 찾고 있다. GS칼텍스는 중질유분해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국내 첫 민간 발전사인 GS EPS는 복합화력발전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동부그룹도 철강 계열사를 통해 2차전지 소재, 폴리실리콘 등 첨단 소재분야를 키우고 있고,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를 계기로 전자산업으로 그룹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LS그룹은 본업인 산업용 전기·전자, 에너지 분야를 주축으로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부품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효성그룹도 탄소섬유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 [불황을 이기는 기업들] GS, "남보다 먼저 혁신하자"…에너지·발전 부문 주력
▶ [불황을 이기는 기업들] 한화, 태양광 발전산업 적극 육성…폴리실리콘서 모듈까지 생산
▶ [불황을 이기는 기업들] 포스코, '철강사 경쟁력 1위' 기술력 발판…신소재·신재생에너지 '영토확장'
▶ [불황을 이기는 기업들] LS, '그린 솔루션'사업 역량 집중…신재생에너지 시장 공략 강화
▶ [불황을 이기는 기업들] 롯데, 해외서 초대형 복합쇼핑몰 '승부'…자카르타 이어 선양·하노이 공략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