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기업심리,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커졌다"

입력 2013-08-05 17:12   수정 2013-08-06 02:55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경기 불확실성 확대
기업들 투자 대신 현금 등 유동성 자산 늘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심리 변화가 생산·투자 등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기업의 투자심리를 회복시키려는 정책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 분위기 속에 국세청 세무조사, 검찰 수사 등으로 기업들의 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이 같은 보고서를 내놨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박구도 한은 동향분석팀 차장 외 2인은 5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 심리의 특징과 실물지표와의 관계 변화’ 보고서에서 “금융위기 이후 경기에 대한 기업의 비관적 시각이 확대되고 심리 변화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기업 심리를 보여주는 지표로 한은이 매월 발표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활용했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그 아래면 경기에 대해 부정적, 위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3년 1월~2008년 8월 업황실적BSI는 평균 79.3이었으나 위기 이후인 2008년 9월~2013년 5월에는 78.6으로 떨어졌다. 이 기간 업황전망BSI도 평균 83.9에서 80.4로 낮아졌다. 기업들의 월별 업황실적BSI도 직전 3년간 평균과 큰 차이를 보이면서 크게 출렁인 것으로 조사됐다. 박 차장은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투자 대신 현금을 비롯한 유동성 자산을 늘리는 등 관망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경제주체들의 자금흐름을 보여주는 자금순환표를 기준으로 전체 현금 및 단기예금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2004년 35~40%에서 지난 1분기 45% 내외로 높아졌다.

보고서는 기업심리와 실물경제 간 관계도 밀접해졌다고 밝혔다. 업황전망BSI와 산업생산 간 상관관계는 위기 이전 0.43에서 위기 이후에는 0.83으로 높아졌다. 상관관계는 -1부터 1 사이에 있으며 1이면 똑같이 움직인다는 의미다. 설비투자전망BSI와 설비투자 간 상관관계도 위기 이전 0.43에서 위기 이후 0.76으로 상승했다. 박 차장은 “기업심리 악화가 경기부진으로 이어지고 재차 기업심리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심화됐다”고 해석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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