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자기 같지 않은 신제품 만들자 승부수
'올리브마켓' 등 호평…10년 불황 탈출 조짐
지난 6월 초, 한국도자기 서울사무소 임직원 30여명은 사무실 대신 롯데백화점 서울 노원점으로 출근했다. 이들은 닷새간 백화점 ‘한국도자기 창립 70주년 고객사은 대잔치’ 행사장에서 자사 제품을 팔았다. 청주 본사와 전국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70여명의 사무직 직원들도 각 지역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직영 대리점에서 행사에 참여했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에 이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임직원들의 다리는 퉁퉁 붓고 목도 쉬었다. 그러나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한국도자기는 이 행사로 닷새간 총 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칠순잔치 대신 판매행사
국내 1위 도자기 제조회사인 한국도자기(사장 김영신·사진)가 창립 70주년을 맞아 ‘독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창립기념일은 오는 12월4일. 그러나 기념식은 생략할 계획이다. 대신 현장에 나가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기로 했다. 김영신 사장의 아이디어다. 그는 설립자인 고 김종호 전 회장의 장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창립기념식을 열 정도로 좋은 상황이 아니어서다. 한국도자기는 1943년 충북 청주의 도자기공장 ‘충북제도사’로 출발한 토종 도자기 제조업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본차이나 기술로 도자기를 만들어 1974년 청와대에 납품하는 등 한때 도자기 명가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근래 사업 성적표는 좋지 않다. 2002년 이후 매출은 500억원 안팎에서 정체 상태다. 영업이익은 10억원을 밑돌고 있다. 2010년엔 43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냈다. 외국 유명 브랜드와 저가 중국산의 틈바구니에서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코너에 몰리고 있는 처지다. 지난해부터 다소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김 사장의 판단이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임직원들이 백화점에 나가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이를 계기로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생긴 것 같다”며 “긍정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한국도자기는 내달 추석 연휴와 하반기 혼수 시즌 등을 겨냥해 또 한 번 임직원들을 판매현장에 내보내 대대적인 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파격 디자인 제품도 선봬
‘엄마 세대가 좋아하는 식기’라는 브랜드 이미지는 그동안 한국도자기의 성장 동력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같은 이미지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 양날의 칼이 됐다. 중장년층의 한국도자기에 대한 충성도는 여전하다. 그러나 젊은 층은 다르다. 로얄 코펜하겐, 포트메리온, 코렐 등 해외 브랜드를 선호한다. 이런 브랜드는 매년 매출이 300% 이상 급증하며 한국도자기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도자기의 선택은 ‘변신’이다. 회사는 우선 외부 전문가와 손잡고 제품 디자인부터 파격적으로 바꿨다. ‘올리브마켓’이 그런 제품이다. 잉크기법으로 블루베리와 올리브, 호박 등을 식기에 그려넣었다. 얼핏 보기엔 외국 제품 같은 디자인이다.
앞서 이탈리아의 인테리어 건축가로 유명한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협업한 ‘지오메트리카’ 시리즈도 내놓았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명화를 접시와 주전자에 입힌 ‘도자기로 만나는 박물관 속 명화’ 시리즈와 캐릭터 ‘뽀로로’를 디자인한 식기도 젊은 층에 인기다. 소비자들로부터 ‘한국도자기 제품 같지 않다’는 평가를 듣는 게 목표였다.
○“현장에 답이 있다”
‘독한 변신’은 조금씩 결실을 보고 있다. 올 상반기 수도권 지역에 있는 롯데백화점 17개 지점에서만 24억68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19억원)보다 29.6% 늘었다. 한국도자기는 기세를 몰아 기업고객 공략에도 공격적으로 나섰다. 호텔, 리조트, 고급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음식점 등 서비스업종을 대상으로 고객층을 늘리고 있는 중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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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마켓' 등 호평…10년 불황 탈출 조짐
지난 6월 초, 한국도자기 서울사무소 임직원 30여명은 사무실 대신 롯데백화점 서울 노원점으로 출근했다. 이들은 닷새간 백화점 ‘한국도자기 창립 70주년 고객사은 대잔치’ 행사장에서 자사 제품을 팔았다. 청주 본사와 전국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70여명의 사무직 직원들도 각 지역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직영 대리점에서 행사에 참여했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에 이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임직원들의 다리는 퉁퉁 붓고 목도 쉬었다. 그러나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한국도자기는 이 행사로 닷새간 총 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칠순잔치 대신 판매행사
국내 1위 도자기 제조회사인 한국도자기(사장 김영신·사진)가 창립 70주년을 맞아 ‘독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창립기념일은 오는 12월4일. 그러나 기념식은 생략할 계획이다. 대신 현장에 나가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기로 했다. 김영신 사장의 아이디어다. 그는 설립자인 고 김종호 전 회장의 장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창립기념식을 열 정도로 좋은 상황이 아니어서다. 한국도자기는 1943년 충북 청주의 도자기공장 ‘충북제도사’로 출발한 토종 도자기 제조업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본차이나 기술로 도자기를 만들어 1974년 청와대에 납품하는 등 한때 도자기 명가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근래 사업 성적표는 좋지 않다. 2002년 이후 매출은 500억원 안팎에서 정체 상태다. 영업이익은 10억원을 밑돌고 있다. 2010년엔 43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냈다. 외국 유명 브랜드와 저가 중국산의 틈바구니에서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코너에 몰리고 있는 처지다. 지난해부터 다소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김 사장의 판단이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임직원들이 백화점에 나가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이를 계기로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생긴 것 같다”며 “긍정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한국도자기는 내달 추석 연휴와 하반기 혼수 시즌 등을 겨냥해 또 한 번 임직원들을 판매현장에 내보내 대대적인 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파격 디자인 제품도 선봬
‘엄마 세대가 좋아하는 식기’라는 브랜드 이미지는 그동안 한국도자기의 성장 동력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같은 이미지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 양날의 칼이 됐다. 중장년층의 한국도자기에 대한 충성도는 여전하다. 그러나 젊은 층은 다르다. 로얄 코펜하겐, 포트메리온, 코렐 등 해외 브랜드를 선호한다. 이런 브랜드는 매년 매출이 300% 이상 급증하며 한국도자기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도자기의 선택은 ‘변신’이다. 회사는 우선 외부 전문가와 손잡고 제품 디자인부터 파격적으로 바꿨다. ‘올리브마켓’이 그런 제품이다. 잉크기법으로 블루베리와 올리브, 호박 등을 식기에 그려넣었다. 얼핏 보기엔 외국 제품 같은 디자인이다.
앞서 이탈리아의 인테리어 건축가로 유명한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협업한 ‘지오메트리카’ 시리즈도 내놓았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명화를 접시와 주전자에 입힌 ‘도자기로 만나는 박물관 속 명화’ 시리즈와 캐릭터 ‘뽀로로’를 디자인한 식기도 젊은 층에 인기다. 소비자들로부터 ‘한국도자기 제품 같지 않다’는 평가를 듣는 게 목표였다.
○“현장에 답이 있다”
‘독한 변신’은 조금씩 결실을 보고 있다. 올 상반기 수도권 지역에 있는 롯데백화점 17개 지점에서만 24억68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19억원)보다 29.6% 늘었다. 한국도자기는 기세를 몰아 기업고객 공략에도 공격적으로 나섰다. 호텔, 리조트, 고급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음식점 등 서비스업종을 대상으로 고객층을 늘리고 있는 중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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