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참모진 전격 교체] 깜짝인사 왜 했나 (1) 인적쇄신으로 '새 출발'…인사실패 논란 감수

입력 2013-08-05 17:21   수정 2013-08-06 02:36

(2) '원조 친박 비서실장' 친정체제 강화
(3) 인사파동·전문성 논란 책임 물어




박근혜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5일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진을 전격 교체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도 대부분 예상치 못한 결과다. 박 대통령이 휴가 기간에 인선 문제를 집중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초에는 두 달 넘게 공석인 정무수석 자리를 채우는 인사로 예상됐다. 하지만 허태열 비서실장을 포함해 청와대 수석급 참모진의 절반 가까이를 바꿨다. 취임 161일 만에 2기 참모진을 출범시킨 것이다.

◆경질…인사 실패 자인?

참모진 일부를 전격 교체한 배경에 대해 청와대는 정권 출범 5개월을 맞아 청와대 인적 쇄신을 통해 국정 운영의 고삐를 다시 죄겠다는 박 대통령의 각오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이날 인선 브리핑에서 “하반기에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 추진과 새로운 출발을 위해 새 청와대 인선을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5개월이 새 정부의 국정철학 기반을 다지는 기간이었다면 앞으로는 국정철학을 정책으로 강하게 밀어붙여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의중이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 등 새로 임명된 참모진 면면이 기존 참모진보다 캐릭터가 강하고 추진력 있는 인물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참모진 일부 교체는 그동안 자질 논란에 휩싸였던 인사 위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문책성 ‘경질’로 받아들여진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해석이다.

우선 허태열 전 비서실장은 청와대 인사위원장으로서 새 정부 초반 계속된 인사 파동에 대한 책임이 있는 데다 일각에서는 산하 기관장 인사에 개입해 자기 사람을 심으려 한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여기에다 지난 5월 초 대통령의 미국 방문 기간에 벌어진 ‘윤창중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일부 실책을 했고, 국가정보원 사태 등 잇단 정국 이슈에 대한 대처도 미흡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여권 내 친박(친박근혜)계 한 인사는 “초대 비서실장 임명 당시부터 색깔이 없는 무난한 인사란 지적이 있었다”며 “지금의 비서실장 체제로 앞으로 국정 운영을 힘있게 추진하기엔 다소 부족하다고 대통령이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김 신임 비서실장은 당내 원조 친박 핵심 출신으로 박 대통령의 의사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원로그룹 ‘7인회’ 멤버인 데다 추진력도 갖췄다는 게 여권 내부 인사들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2기 참모진 구성을 통해 ‘친정체제’를 강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책 집행 능력 떨어져

이번 인사에서 교체된 곽상도 민정, 최순홍 미래전략, 최성재 고용복지 수석은 업무 추진 능력과 실적에 대한 박 대통령의 누적된 불만이 인사로 표출됐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말했다. 곽 전 수석은 인사 검증을 책임지는 당사자지만 새 정부 초반 장관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 과정에서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여권 내에서도 수차례 경질설이 나돌았다. 특히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됐다가 해외 비자금 계좌 등의 문제로 중도 하차한 한만수 후보자, 중소기업청장 내정 후 주식 백지신탁 문제로 자진 사퇴한 황철주 후보자의 경우는 대표적으로 민정수석실의 검증 소홀 탓에 벌어진 일로 알려졌다.

국제통화기금(IMF) 출신으로 발탁 당시 화제를 모았던 최순홍 전 수석은 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에 대한 명확한 구상을 내놓지 못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랜 미국 생활로 업무 능력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한국말이 서툴러 본인 스스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게 해당 수석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성재 전 수석 역시 대통령직 인수위부터 기초연금 등 새 정부의 주요 복지정책 설계자로 참여했으나 부처를 장악하며 정책을 집행하는 능력에서는 다소 힘이 부쳤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다.

박 대통령이 최근 주요 언론사 논설실장단 오찬에서 인사 문제와 관련, “전문성을 가진 인물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닐 수가 있다”고 한 말도 이들 교체된 수석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에 비해 새로 임명된 윤창번 미래전략수석은 민간 업계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지난 대선 때부터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과제에 깊숙이 관여했고, 최원영 신임 고용복지수석은 정통 복지 관료로서 부처와 조율해 갈등 소지가 있는 현안을 힘있게 풀어갈 적임자라는 평가가 있다. 사정라인을 책임질 홍경식 신임 민정수석도 사시 18회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23회), 채동욱 검찰총장(24회)보다 기수가 높고 검찰에 있을 때도 주류라는 평을 받은 만큼 앞으로 검찰과 법무부 조직을 지휘할 적임자라는 평이다.

정종태/도병욱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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