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정에 난색…국회통과 진통 예고
“중산층 세부담 증가는 안 된다.” VS “여당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한 만큼 더 이상 수정은 어렵다.”
내년도 세법개정안의 방향을 놓고 정부와 여당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정부안 확정을 불과 사흘 앞둔 5일 국회에서 열린 세법개정 당정협의에서도 양측의 인식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여기에 민주당까지 새누리당을 거들고 있어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중상위층 세부담 놓고 이견
지금까지 알려진 정부안을 종합하면 근로자 소득공제가 저소득자에게 유리한 세액공제 중심으로 바뀌고, 신용카드 소득공제율도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중간 계층인 봉급생활자의 세금 감면이 줄어들면서 실질적인 증세로 이어진다. 의료비와 교육비 소득공제를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하면 고소득자는 물론 중위소득자의 면세 혜택도 감소한다.
문제는 실질적인 세 증가 부담이 연봉 5000만원 내외의 봉급생활자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세원이 투명하게 공개돼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급여생활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안대로 세법개정안이 확정되면 연봉 5000만원 근로소득자의 세부담이 연간 30만원 안팎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증세나 다름없는 세법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중산층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반란표’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게 당의 판단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이날 당정협의에서 “중산층에 한꺼번에 새로운 세 부담을 많이 지우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누리당은 자영업자의 세부담 증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농수산물 매입액의 부가가치세 공제 수준을 적정화하는 항목에서도 억울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다. 서민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인하와 종교계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종교인 소득 과세 등도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정부 원안 유지 가능할까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그동안 당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 수정안을 만든 것이라며 더 이상의 손질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그동안 재정건전성 유지, 자원배분의 효율화, 과세형평성 개선을 위해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로 과세 기반을 확충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해왔다. 새누리당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자칫 비과세·감면 혜택을 축소해 모자라는 세수를 채우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세법 개정의 칼자루를 국회가 쥐고 있다는 것. 표심에 민감한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부가 제출한 원안이 상당 부분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의료비, 교육비, 자녀공제 등 현행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로 전환키로 한 방안이나 봉급 생활자의 비과세·감면 공제를 어느 수준으로 조정할 것인지가 관심이다.
정부는 만약에 대비해 세액공제 방식 전환에 따른 소득 구간별 세수 추계와 세액공제 방식 변경 등에 대한 추가 검토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더 이상 정부안을 수정하기는 어렵고, 국회 협의 과정에서 절충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심기/이태훈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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