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주는 사각형이고, 바가지는 둥글어요. 바가지를 뒤주에 넣어 쌀을 푸면 쌀은 어떤 형태로든 바닥에 남게 돼 있어요. 차명계좌가 바로 그런 것입니다. 법으로 강제하고 싶어도 실효성이 없어요.”
1993년 금융실명제를 주도한 홍재형 전 재무부 장관(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의 차명거래 금지 법안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이렇게 빗대 설명했다.
그는 금융실명제의 의의에 대해 “실명제가 사회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며 “실명제를 통해 차명 거래에 따른 불편과 불이익이 늘어나게 되고, 이를 통해 금융거래 질서가 보다 건전하게 바뀌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의 차명계좌 금지 움직임은 그 자체로 명분은 좋지만 차명이냐, 아니냐를 누가 체크하느냐 등의 문제를 야기할 것인 만큼 그다지 현실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성가셔하는 ‘진짜’ 실명 확인을 은행이나 증권사 직원이 창구에서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기도 했다. 홍 전 장관은 금융실명제가 차명계좌를 허용한 ‘미완의 제도’라는 지적에 대해 “당시에도 차명 금지 문제가 나왔지만 이런 부작용 때문에 도입하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금융거래를 규율하려면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1993년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도입된 금융실명제는 비밀보장법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개인 프라이버시와 거래 안정성을 살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는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되 국세청이나 다른 정부기관들이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개인의 금융 계좌를 들여다볼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맞다”며 “다만 최근 사회적 요구에 따라 국세청이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에 제한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무방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근의 차명거래 금지 법안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홍 전 장관은 이어 “역사적으로 차명거래 금지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도 모두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며 “차명계좌를 없애면 보유 현금을 달러로 대체하는 등 다른 수단이 나타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강물이 흘러갈 수 있도록 둑을 쌓는 게 중요하지, 완전히 가둬버리는 식으로 하면 둑이 결국 터지고 마는데 둑을 만들어 물이 흐르도록 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는 설명이다.
청주=김재후/이상은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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