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글로벌 구조개혁 시대에 살아남는 법

입력 2013-08-06 18:18   수정 2013-08-07 03:04

건전재정기반 튼튼히 다지고
금융·공기업 개혁 지속하며
경직된 노사관계 풀 수 있어야

강봉균 < 건전재정포럼대표, 前 재경부 장관 >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과 중국 경제의 거품제거 전략이 겹치면서 그 충격이 신흥국 경제는 물론 우리나라에도 몰려올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제 석학들이 제기했던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바로잡기 위한 구조개혁이 이제 시작된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재정개혁이 진행 중이지만 금융개혁까지 마치려면 3~4년은 더 고생해야 할 것 같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만회하기 위해 엔화를 대량으로 찍어내는 엔저 정책을 구사하고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부채비율을 수습하기 위한 재정개혁에는 손도 못 대고 있으니 아베노믹스의 지속가능성은 매우 불투명하다.

미국이 제로금리 정책과 양적완화 정책으로 금융위기에 대응해 온 것은 사실상 비상대책이었다. 이제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출구전략이 개시돼 달러 공급이 줄어들고 금리가 제 기능을 하게 되면 금융시장이 정상궤도를 찾게 될 것이다. 중국에는 선진국에서 찍어낸 돈의 상당 부분이 이른바 ‘그림자 은행’을 통해 흘러들어 갔고, 국내적으로는 과잉설비투자와 부동산 거품이 위험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경제 버블을 걷어내기 위한 수술이 불가피하게 됐다. 신용 거품을 걷어내기 위한 금융개혁, 부동산 거품을 만들어낸 지방정부 개혁, 과잉설비 거품을 걷어내기 위한 국영기업 개혁 등은 중국 정부의 선택과목이 아닌 필수과목이 된 것이다. 이런 중국의 안정성장 정책으로 우리에게는 수출시장 위축을 예고하는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이런 세계 경제 변화와 흐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총수요관리 시대에서 구조개혁 시대로 전환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재정개혁, 공기업의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한 공공부문 개혁, 금융 시스템 안정과 자원배분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금융개혁, 노동시장의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는 노동시장 개혁 등이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공통된 개혁 과제가 된 것이다.

이런 글로벌 경제개혁 시대에 박근혜 정부는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첫째, 재정부문에서는 복지공약을 지키기 위한 재원마련 대책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닥쳐올 수많은 재정적자 요인에 대비할 건전재정기반을 다지는 일이 더 중요하다. 금년만 하더라도 1차 추경예산 17조원 규모로는 세수 결함을 메우기 어렵기 때문에 이것을 무리한 세무조사로 해결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세출예산 절감대책을 먼저 세우고 부족분은 추가적인 국채 발행을 감수하는 도리밖에 없다. 내년 예산편성에서도 새로운 복지프로그램 도입은 수혜 대상을 줄이는 맞춤형 복지로 출발하고, 지역개발 공약사업도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둘째, 공기업 분야는 지난 정권에서 무분별하게 인사에 개입하고 국가부채를 편법적으로 늘리는 창구로 활용됐기 때문에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현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공기업 인사의 초점은 구조개혁을 성공시킬 인재를 발탁하는 데 둬야 한다. 정치적 고려나 친분을 중요 변수로 삼게 되면 공기업 개혁은 힘들어질 것이다.

셋째, 금융개혁도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다. 지난 정권 때 시도했던 지주회사제나 은행 대형화 정책은 금융시장 안정성이나 경영효율화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고 금융권 인사에 대한 정부 개입은 금융 발전을 가로막았다. 현 정부는 우리금융 민영화부터 금융개혁 모델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은행과 지방은행, 증권사 등을 분리 매각해 각 기관의 특성에 맞는 경영 효율화가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 민영화는 공적자금 회수도 중요하지만 경영 비효율 요인을 줄이겠다는 개혁 프로그램을 가진 인수자를 찾아야 할 것이다. 비은행 금융회사의 대주주 자격심사제도는 경영 안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는 제도가 바람직하다.

끝으로 노동시장을 선순환구조로 바꾸는 개혁은 앞에서 제시한 어떤 개혁보다 중요하다. 공기업이나 금융개혁은 경직된 노사관계 속에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대기업들이 해외투자에 주력해 고용 없는 성장을 초래하는 노사관계의 갈등 요인도 해소돼야 할 것이다.

강봉균 < 건전재정포럼대표, 前 재경부 장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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