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음료에 밀려…'단물 빠진' 오렌지 주스

입력 2013-08-07 16:51   수정 2013-08-08 03:23

웰빙음료 선호로 소비 급감
이달들어 거래액 60% 줄어



미국 코네티컷주 심스베리에 사는 수잔 제닉(45)은 요즘 세 자녀의 건강을 위해 냉장고 속 오렌지 주스를 모두 치웠다. 얼마 전 소아과 주치의가 ‘설탕 과다’를 이유로 오렌지 주스 경계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제닉의 가족처럼 오렌지 주스를 멀리하는 미국인이 늘면서 오렌지 주스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이달 들어 오렌지 주스 선물 거래액은 4억4408만달러로 2011년 같은 기간보다 60% 급감했다. 올 들어 하루 평균 거래량은 2233건으로 10년 새 15% 빠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레드불, 비타민워터, 아사이베리 주스 등 오렌지 주스를 대체할 기능성 음료가 쏟아지면서 미국인들의 오렌지 주스 소비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렌지 가격이 오른 것도 한 원인이다. 오렌지 나무를 죽게 하는 감귤녹화병이 펴지면서 오렌지 수확량이 줄고 가격 상승을 부추긴 것. 2005년부터 시작된 감귤녹화병은 작은 벌레들이 가지 안에 박테리아를 침투시켜 오렌지 모양을 일그러뜨리고 3년 내 죽게 하는 병이다. 이로 인해 과실 수확량이 크게 줄면서 3년 전 갤런당 5달러대에 머물던 오렌지 주스 가격은 지난달 6.19달러까지 올랐다. 가격이 오르자 지난달 오렌지 주스 거래량은 3953만갤런으로,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WSJ는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오렌지 최대 생산지인 플로리다에서마저 오렌지 농사가 쇠락기에 접어들었다. 플로리다에서는 2000년대 부동산 붐이 일면서 농부들이 오렌지 농장을 떠났다. 2004년과 2005년 연속 허리케인이 강타한 과수원은 아직 완전히 복구가 안 된 상태다.

전자 선물 거래 시스템이 도입된 것도 오렌지 주스 선물 시장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WSJ는 지적했다. 오렌지 주스 선물은 1966년부터 뉴욕선물거래소(NYBT)에서 현물 거래가 돼왔으나 2007년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NYBT를 인수하면서 전자 거래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오렌지 주스 선물을 20년간 거래해온 조지프 신가리는 “트레이더들끼리 얼굴을 마주하고 소리를 지르며 거래하던 시절과 비교할 때 거래 자체가 활력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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