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개량신약 첫 미국 뚫었다

입력 2013-08-07 17:03   수정 2013-08-08 04:15

역류성식도염 치료 '에소메졸' FDA 시판 허가

3조원 美시장 열려
오리지널약 업체와 2년 소송 끝 '정면승부'…2014년 매출 1000억원 기대

임성기 회장 '뚝심'
연구개발비 264억 투입…에소메졸 5년간 올인



한미약품(회장 임성기·사진)의 개량신약이 다국적 제약사의 방어막을 뚫고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보건복지부는 한미약품(회장 임성기)의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에소메졸캡슐’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시판허가를 받았다고 7일 발표했다.

국내 업체가 개발한 개량신약이 FDA의 승인을 얻어 미국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은 오는 9월부터 3조원 규모인 미국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시장을 두고 다국적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한판 대결을 펼치게 된다. 특히 이번 FDA 승인 획득은 오리지널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의 2년여간에 걸친 특허 소송을 이겨낸 결과여서 더욱 주목된다.

○개량신약 현지서 통할까

정부와 업계에서는 에소메졸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오리지널인 아스트라제네카의 ‘넥시움’은 내년 12월 특허가 풀린다. 에소메졸은 특허소송에서 이겼기 때문에 다른 복제약이 나오기까지 15개월가량 넥시움 외 다른 경쟁자가 없는 상태에서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판매는 미국 현지 7위 제약사인 암닐을 통해 한다.

증권가에서는 에소메졸이 1년 안에 시장을 10%까지 점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말까지는 300억원, 내년에는 1000억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특허에 도전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좋은 사례를 만들어냈다”며 “에소메졸은 오리지널에 비해 20~30%가량 싸고, 미국 정부도 이런 가격 경쟁력 있는 개량신약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 미국 시장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개량신약에 대한 임상부터 다국적 제약사와의 소송에 이르기까지 국내 제약사가 한번도 겪어보지 않은 경험을 한 게 이번 미국 진출의 또 다른 수확”이라고 말했다.

○임성기 회장의 ‘뚝심’ 큰 성과

한미약품이 5년여간의 노력 끝에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한 데는 임성기 회장의 ‘뚝심’이 크게 작용했다. 임 회장은 그동안 “다른 제약사와 다른 길을 가는 별난 회사가 되겠다”고 강조해왔다. 개발자들에게도 “연구개발은 나의 목숨”이라며 “제대로 된 글로벌 신약 하나 만들어내는 게 평생의 숙원”이라고 독려했다.

그의 선택은 개량신약이었다. 신약은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낮고, 개발기간이 길다. 이에 비해 개량신약은 특허 소송을 피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그는 개량신약 개발에 국산 신약 연구비를 넘어서는 비용을 투입했다. 에소메졸도 연구개발에서 미국 진출까지 264억원이 투입됐다.

임 회장은 “처음 우리가 개량신약을 개발할 때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지만 이제는 모두 개량신약을 만들겠다고 한다”며 “개량신약을 복합제로 확대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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