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한 수단인이 강물을 담은 모랫둑을 만들고 있다. 종려나무를 심기 위한 작업이다. 아프리카 사막에 사는 사람들은 종려나무를 심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뜨거운 바람에 어린 나무가 말라 죽으면 다시 심고, 또 죽으면 또다시 심기를 계속한다.
모래바람을 이겨낸 어린 종려나무가 뿌리를 내려 마침내 숲을 이루는 그날을 기다리며 끊임없이 나무를 심는다. 사진가로 변신한 시인 박노해의 눈에 그것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었다. 생명의 잎을 피우기 위한 거룩한 의식과도 같았다. 작가는 이런 아프리카인들의 모습을 담아왔다. 그 사진 속 아프리카인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많이 다르다. 거친 모래바람과 모진 세상을 원망하지 않은 채 묵묵히 땅을 일구는 사람들이다. (라카페갤러리 11월13일까지)
신경훈 편집위원 nicer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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