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원로작가 데이비드 걸스타인은 ‘회화같은 조각’으로 일에 찌든 현대인에게 신선한 행복감을 선사하는 팝아티스트다. 어디론가 바삐 달려가거나 흥에 겨워 춤추는 사람, 아름드리 꽃다발, 거리 위를 가득 메운 자동차 행렬, 따스한 햇살 아래 여유롭게 자전거를 타는 사람 등을 강철이나 나무로 부조해 감성을 자극한다.
걸스타인을 비롯해 마리킴, 아트놈, 임지빈, 찰스장, 하명은, 배주, 여동현 등 국내외 유명 팝아티스트 8명의 특색 있는 신작들이 피서지 부산 해운대를 수놓고 있다.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 노보텔앰배서더호텔 2층 가나아트부산에서 내달 24일까지 열리는 ‘팝! 팝! 팝!’전을 통해서다.
이번 전시회에는 대중문화에 등장하는 이미지와 만화적인 캐릭터를 주로 활용하는 이들 작가의 작품 40여점이 걸렸다. 광고 상표 만화 영화 유명인 등의 대중적 이미지를 빌려 현대인의 감수성을 시각적으로 재현한 것이 팝아트의 매력이다. 이번 전시는 평면 회화 위주였던 팝아트가 사진·조각·영상·설치 장르까지 확산되고 있는 최신 경향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기회다.
작가들은 사회 현실을 반영한 작품으로 전시장을 메웠다. 아이돌 그룹 2NE1과의 뮤직비디오 작업으로 대중에 친숙해진 ‘얼짱 화가’ 마리킴은 ‘아이돌(Eyedoll)’ 시리즈 4점을 내놓았다. 큰 눈에 무표정한 얼굴의 귀엽고 상큼한 여성들이 사탕을 먹거나 들고 있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작품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배주는 장난감을 소재로 한 근작 5점을 내보였다. 현대인들의 본능과 욕망을 화려한 색채와 앙증맞은 장난감 이미지를 통해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게 이채롭다.
여동현은 명암과 원근법을 무시하고 그린 ‘실버 선장의 보물상자’를 통해 현대사회의 욕망을 풍자했고, 찰스장은 1970년대 인기를 끈 만화영화 주인공 ‘로보트 태권브이’를 한국 단청의 화려한 색채로 그린 작품을 출품했다. 물소 뿔을 사용해 향락적인 소비사회를 은유적으로 묘사한 아트놈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이옥경 가나아트갤러리 대표는 “이번 전시는 20~40대 디지털 세대가 미술문화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면서 대중적이고 키치적인 작품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며 “단순한 팝아트의 ‘틀’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달 9일까지 이어진다.
(051)744-20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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