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재대상 '자산 5조 이상 그룹'으로 제한할까
(2) 대주주 일가 지분 요건은 20%? 30%?
(3) SI·광고·물류·건설업종 제재대상서 빠질까
10대 그룹에 속하는 A그룹 법무팀은 요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내용을 알아보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 6월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일감을 몰아준 대기업을 제재하는 법이다. 지난 6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되자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법의 구체적인 제재 대상과 범위를 정할 시행령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A그룹 관계자는 “6월 국회에서 공정거래법이 통과됐지만 명확한 제재 기준은 시행령에 담긴다”며 “최대한 법의 제재를 피하는 쪽으로 시행령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우리 의견을 여러 채널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주요 그룹들이 공정위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작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회는 6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행위를 제재하는 공정거래법을 통과시키면서 △제재 대상 기업 △제재 행위 유형 등 세부 사항은 시행령 개정안에 넣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7일부터 재계 단체 등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시행령 개정시한은 법 공포일(8월6일)로부터 6개월이지만, 공정위는 다음달 초 시행령 최종안을 내놓는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은 시행령에 어떤 자구가 담기느냐에 주목하고 있다. 자구 하나가 바뀔 때마다 엄청난 과징금 폭탄을 맞느냐 여부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시행령 내용에 대한 주요 그룹들의 문의와 의견 개진이 잇따르고 있다”며 “앞으로 한 달간 시행령 자구를 둘러싼 디테일(detail) 전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①제재 대상 기업 범위는?
기업들의 첫 번째 관심사는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이 누가 되느냐’다. 공정거래법엔 ‘자산총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집단’이라고만 돼 있고, 구체적인 대상은 시행령에 담긴다. 6월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공정위는 자산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하자는 의견을 냈다. 공정위는 지금도 이 안을 고수하고 있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행위를 제재하자는 입법 취지에 걸맞게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큰 그룹’으로 한정하자는 얘기다. 이에 대해 재계는 ‘법의 형평성’을 들어 주요 그룹으로 한정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입법 취지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막자는 것이라면 최근 논란이 되는 네이버 같은 기업도 제재 대상에 넣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러려면 자산 기준을 한참 더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②대주주의 계열사 보유 지분은?
공정거래법은 특정 기업이 대주주나 친인척이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계열사와 거래할 경우를 제재 우선요건으로 규정했다. ‘일정 지분’ 역시 시행령으로 정해진다. 현재까지 유력한 안은 세 가지다. 먼저 6월 국회 논의 과정에서 나온 ‘30% 이상’ 안이다. 대주주나 친인척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 정도는 돼야 일감을 몰아줬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이 안의 근거다. 재계도 대체로 30%를 선호한다.
그런데 공정위 내부에선 ‘지분보유 하한선을 30%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주주나 친인척 지분을 30% 이상으로 할 경우 제재 대상이 너무 적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대주주 일가 지분을 30%로 정하면 삼성 계열사는 제재망을 대부분 빠져나간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대주주 일가 지분을 30% 이상으로 정하면 대기업집단 62곳의 계열사 1236개 중 184개만 제재 대상이 된다”며 “일감 몰아주기를 강하게 규제하려면 대주주 일가 지분 기준을 20%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지분 보유 하한선을 10~20%로 낮추면 사실상 대기업의 모든 계열사 간 거래를 규제하겠다는 말 아니냐”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③부당 거래행위는 어떤 것?
부당 내부거래 행위 유형도 기업들의 주된 관심 포인트다. 공정거래법은 부당 내부거래 행위를 ‘계열사와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재계는 ‘상당히’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시행령에서는 명확하게 규정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계열사에 광고물량을 몰아주는 경우 ‘동종업계 광고수주 단가의 몇 % 이하로 일감을 줄 때만 부당하다’는 식으로 명문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재계는 부당 내부거래 예외 행위도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엔 △기업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 불가피한 경우 부당 내부거래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고 규정했지만,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시스템통합(SI), 광고, 물류, 건설 및 건물관리 등 보안상 내부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분야는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다른 업종은 예외로 해줄 수 있어도 SI와 광고, 물류, 건설 등 4대 업종을 제재 대상에서 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펴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부당 내부거래 제재 범주에서 예외로 인정할 행위를 놓고 주요 그룹에서 자구를 직접 만들어 보내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태명/김주완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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