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전문점은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창업 아이템 중 하나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지난 수년간 점포 수가 가파르게 늘었다. 대학가와 젊은 층이 많이 몰리는 지역에는 바로 이웃한 건물에 커피숍이 나란히 들어선 풍경도 볼 수 있다. 지금도 손쉽게 문을 열 수 있는 창업 아이템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커피전문점 시장은 2조4000억원 규모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던 커피 관련 지출액이 올 들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커피전문점 창업 시장은 전환기를 맞고 있다. 2008년부터 커피 관련 지출액은 매분기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가구당 커피 관련 지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4% 감소한 8500원이다.
창업 전문가들은 커피전문점이 여전히 경쟁력 있는 창업 아이템이라고 추천한다. 그러나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출점 제한도 커피전문점 시장의 변수다.
○출점 여력 여전히 충분하다
창업 전문가들은 “점포 위치만 잘 잡는다면 커피전문점은 여전히 경쟁력 있는 창업 아이템”이라고 말한다. 일반 요식업종과 달리 경영에 큰 어려움이 없고 수익 기반도 안정적이라는 설명이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약간의 교육만 받으면 매장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동인구가 적고 커피전문점이 많이 몰려 있는 상권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커피전문점 창업에 나서기 앞서 브랜드별 창업 비용과 본사에 내는 로열티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이디야는 최근 점포 수 900개를 돌파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다. 커피전문점 업계에서 가장 많은 매장 수를 보유하고 있다. 커피 한 잔에 2500원 정도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많은 고객이 몰리는 브랜드다. 작은 매장 규모와 적은 인테리어 비용으로도 창업할 수 있어 초기 자본이 많지 않은 창업자에게 추천할 만한 브랜드다.
매장 면적 49.5㎡(15평) 기준으로 창업 비용은 9500만원(임대료 및 권리금 제외)이다. 로열티는 월정액 25만원이다. 창업 후에도 바리스타 교육을 이수한 슈퍼바이저가 1 대 1로 경영 및 운영 지도를 해준다. 가맹계약서에 상권 영역을 지도상에 명확히 표기한 후 상호 날인해 가맹점별 영업상권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는 것도 이디야만의 특징이다.
창립 5주년을 맞은 카페베네는 ‘복합 문화공간’ 콘셉트의 독창적인 카페 문화를 만들고 있다. 2008년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해 현재 전국에 880여개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다. 본사 차원에서 다양한 사이드 메뉴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가맹점에 공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계절마다 다양한 메뉴를 출시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브랜드다.
가맹점주들과 의견을 주고받는 시스템도 마련돼 있다. 카페베네는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본사와 가맹점이 정기적으로 대화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가맹점의 매장 관리를 돕기 위해 ‘인력운용 지원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엔제리너스는 최근 가맹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 카페베네와 매장 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점포 수는 882개로 카페베네를 넘어서기도 했다. 올 들어 6개월 사이에 점포를 100개 가까이 늘렸다. 엔제리너스의 강점은 철저한 상권 분석이다. 전국에 6개 지사를 두고 가맹점을 내기에 앞서 최소 6개월 이상 유동 인구와 경쟁사 현황 등을 분석해 신중하게 출점을 결정한다.
투썸플레이스는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에 CJ제일제당센터에서 창업설명회를 열고 가맹점주를 모집하고 있다. 매장 면적 148㎡(45평) 기준 평균적인 창업 비용은 2억원 정도다. 2011년 매장당 매출은 하루 137만원으로 커피전문점 업계에서 가장 높았다.
○공정위에 동반위까지…규제 리스크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모범거래 기준을 제정했다. 기존 가맹점 500m 이내에는 신규 출점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엔제리너스, 카페베네, 할리스커피, 탐앤탐스, 투썸플레이스 등 상위 5개 업체가 이 기준을 적용받는다. 전문가들은 이 규제로 업체들이 가맹점 확장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 커피전문점 창업을 준비하던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월 평균 20.7개의 점포를 열었던 엔제리너스는 올 들어서는 신규 출점 점포 수가 15개로 감소했다. 카페베네는 올해 월 평균 출점 점포 수가 5.8개로 지난해 11개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커피전문점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될지 여부도 변수다.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는 동반성장위원회에 커피전문점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커피전문점 창업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휴게음식업중앙회는 9월 초 정기 이사회에서 해당 사안을 의결한 후 9월 내로 동반위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 절차를 마칠 예정이다. 골목 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신규 출점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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