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여행 등 내수주 강세
오로라·참좋은레저 등 50%↑…홈쇼핑 등 '푼돈' 소비株 질주
꼬리칸으로 반토막 난 종목
STX팬오션·예당·현대엘리 등 중후장대·테마株 하락 두드러져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설국열차’가 개봉 7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질주하고 있다. 이 영화는 꼬리칸에서 앞쪽칸으로 이동할수록 승객의 신분과 생활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장기 박스권에 같혀있는 증시에서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마치 설국열차에서 앞쪽칸으로 이동한 것처럼 주가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진 종목이 적지 않다. 기준 주가대가 달라진 ‘설국열차주(株)’에는 일반 소비자들의 소액지출 성향과 관련성이 높은 문화·레저·인테리어·홈쇼핑 관련 종목이 많았다. 반면 중후장대형 종목이나 바이오 종목 등에선 올해 고점 대비 ‘반토막’ 이하 굴욕주가 속출했다.
○‘푼돈주’, 설국열차 앞칸에 올라서
8일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1914개 종목의 올 상반기와 하반기(7월1일~8월7일) 평균주가를 비교해본 결과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평균 주가가 20% 이상 오른 종목은 178개였다. 이처럼 평균주가 수준이 한 단계 껑충 뛴 종목 중엔 문화·레저 관련주가 많았다.
문화콘텐츠 업체인 미디어플렉스는 올해 투자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이 주목을 끌면서 평균주가가 상반기 2647원에서 하반기 4464원으로 뛰었다. 완구업체 오로라도 ‘싸이효과’ 등에 편승하며 평균주가가 7498원에서 1만1271원으로 50.32% 상승했다. KT뮤직도 평균주가가 3500원대에서 5000원을 육박하는 수준으로 급등했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K도 영화산업 투자 등에 힘입어 평균주가가 55.35% 오르며 몸값을 한 단계 높였다.
여행·레저 종목의 상승률도 꾸준했다. 호텔신라는 하반기 평균주가(6만4525원)가 상반기(5만3333원)에 비해 20.99% 높아졌고, 우선주인 호텔신라우는 42.83%나 뛰었다. 참좋은레져는 7000원대에서 1만원대로 평균주가가 46.98%나 올랐고, 삼천리자전거도 하반기 평균주가가 상반기에 비해 36.07% 상승했다.
이 밖에 GS홈쇼핑(19.80%), CJ오쇼핑(16.04%) 등 홈쇼핑주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한샘(44.94%)과 LG하우시스(28.87%) 같은 인테리어 관련주도 기차칸을 앞쪽으로 옮겨탔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에서 온라인 비디오스트리밍업체 넷플렉스가 강세를 보이듯 소비자들이 큰 돈을 쓰기보다 ‘자잘한’ 소비 쪽으로 돌아선 현상을 반영한 종목들이 오르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최근 몇 달간 증시가 외국인 매도·기관 매수 형태를 띠고 있는 데 유통·내수소비 관련주를 선호하는 가치주 성격의 펀드들이 기관의 주력을 차지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푼돈주’들이 당분간 높아진 몸값을 쉽게 낮추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신 정부 정책 초점이 문화·내수산업 육성에 맞춰져 있고 레저·문화비용 지출이 느는 사회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며 “종목별 부침은 있겠지만 전반적인 흐름 자체가 바뀌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반토막주’ 굴욕 중후장대 종목에 집중
반면 중후장대 종목 중에는 낙폭이 큰 경우가 많아 고점 투자자의 가슴을 쓰리게 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분석한 1716개 종목 중 올해 고점에 비해 7일 현재 주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종목은 45개였다.
고점 대비 82.1% 급락한 벽산건설을 비롯해 STX팬오션(-59.02%), 현대엘리베이터(-53.28%), 남광토건(-51.43%), 삼성엔지니어링(-50.72%) 등 중후장대 업종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바이오주인 젬백스(-52.93%)를 비롯해 기륭E&E(-87.68%), 나노트로닉스(-58.50%), 제주반도체(-58.02%) 등 일부 정보기술주도 고점 대비 낙폭이 컸다. 예당(-72.04%)과 키스톤글로벌(-69.71%), 우리들제약(-54.68%) 등 각종 스캔들과 테마주에 얽현던 종목들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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