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취득세 감면 조치가 지난 6월 말로 끝나면서 주택 매매 거래가 크게 줄어드는 등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주택 경기 활성화 등을 위한 4·1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최근 취득세 감면 조치를 영구화하겠다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세정의 근간이 흔들리는 데다 세수 확보가 어려워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나쁠 때마다 정부가 내놓은 취득세 감면 조치는 시장을 왜곡시키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취득세는 한시적 감면이 아닌 영구 인하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지방세에서 취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기 때문에 세율 인하는 중앙정부가 편의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주택 정책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현재 2~4%인 취득세율을 항구적으로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취득세 감면은 2011년 이후에도 지금까지 세
차례 한시적으로 반복 실시돼 부동산 시장이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는 것이다. 3개월 또는 6개월 등 한시적으로 세율이 낮아진 기간에는 주택 거래량이 증가했지만 감면 조치가 끝나면 다시 거래가 급감하는 거래절벽 현상이 반복돼 장기적으로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지자체들은 취득세율을 내리더라도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적은 데다 지방세 규모의 4분의 1을 넘는 취득세 세율을 인하하면 세정의 근간이 흔들리고 세수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예전처럼 세수 부족분을 메워주더라도 취약한 지방재정에는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참에 지방조세체계 전반을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주 맞짱토론은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취득세 영구 인하 방안에 대해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정지선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가 각각 찬반 주장을 펼친다.
안정락/이현진 기자 jran@hankyung.com
찬성 감면 기간 주택거래 10% 증가…장기적 관점서 세수 증가 기여
최근 정부와 부동산 업계 사이에서 취득세 영구 인하 조치가 실제로 주택 거래량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취득세를 내렸는데도 주택 거래량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면 지방 세수만 감소시킬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취득세와 관련한 과거의 연구들은 “취득세율 인하는 주택 거래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 같은 연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이뤄진 분석이다. 2008년 이후 진행된 국내 주택시장의 패턴 변화가 고려되지 않은 결과라는 얘기다.
현재 국내 부동산 시장은 장기 침체라는 미증유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주택 매매가의 변동 패턴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그동안 정설로 받아들여졌던 과거 이론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취득세 감면 조치는 2006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과세 표준이 실거래가 수준까지 상승함에 따라 국민들의 과도한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세율 인하 조치’를 이어갔다. 이렇게 2010년까지 5년간 취득세 감면이 이뤄졌다.
주택 거래 변동성 완화로 정부 정책수립 도움될 것
이후 2011년 4월 다시 취득세 감면이 한시적으로 도입됐고, 그해 주택 거래는 2010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2년의 경우엔 취득세 감면에도 불구하고 주택 거래량은 감소했다. 이 같은 데이터를 보면 취득세 인하가 주택 거래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2012년의 취득세 감면이 2011년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다는 점(2011년 9개월→2012년 3개월)을 감안한다면 그렇게만 단정할 수는 없다. 2012년만 놓고 보면 취득세 감면 기간(10~12월)에 거래량이 확실히 늘어난 것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 거래량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근까지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취득세 감면 기간 중 주택 거래는 대부분 증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세금이 낮아지면 그만큼 거래가 늘어났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과거 자료를 분석해 보면 취득세 감면 기간 중 월평균 주택 거래량은 전국 7000가구, 서울은 1000가구 정도 증가했다. 이는 전체 월거래량 평균과 비교할 때 전국은 10%, 서울은 14% 정도 증가하는 효과다.
지난해 말 취득세 감면 조치가 끝난 뒤 올 들어 1~3월 주택 거래량이 급감한 것만 봐도 취득세 인하는 주택 거래량과 상관관계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달에도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는 등 취득세 감면 조치가 끝나면 매매시장은 얼어붙었다.
2006년 1월 이후의 통계를 살펴보면 취득세 감면이 이뤄지지 않은 시기에는 매매 건수가 대부분 평균 거래량 이하였다. 따라서 주택 거래량이 단순히 주택시장의 환경 변수에만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취득세 감면이 주택 거래량을 증가시키지 않는다거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과거의 이론을 근거로 한 주장은 이제 바뀌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취득세 감면은 주택 거래량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주택 거래의 변동성을 완화시키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과거 전국 주택 거래량의 월변동 그래프를 살펴보면 한시적으로 취득세 감면 조치가 반복되는 일이 많을수록 거래량의 변동도 심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취득세 인하가 꾸준히 장기적으로 이뤄졌던 2006년부터 2010년까지의 주택 거래량은 일정한 패턴과 함께 폭도 일정했다. 그러나 이후 한시적 감면이 여러 차례 반복됐던 기간에는 변동 폭과 패턴이 일정하지 않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데이터를 볼 때 취득세의 영구 인하가 주택 거래 변동성을 완화해 줄 수 있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주택 거래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이는 주택시장의 외부 변수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취득세 감면이 거래량에 정확히 얼마 정도의 효과를 준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한 분석은 매우 어렵고 계속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거래를 활성화하고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취득세 영구 인하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취득세율 누진은 신중해야…주택 시장·거래 왜곡 가능성
또 주택 거래량이 일정한 주기로 변동폭을 유지하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돼 경제활동의 안정성도 보장해 줄 수 있다. 이같이 일관된 거래 패턴은 정부의 정책 수립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일정한 패턴을 벗어나는 경우 시장 개입 여부를 검토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도 쉬울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취득세율을 낮추더라도 거래가 크게 늘어 장기적으로 지방 세수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취득세 영구 감면과 관련해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취득세율 누진’에 대한 논의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취득세율 누진을 통해 감소하는 세수를 보전하려 하는 일부의 주장이 있는데 이는 타당한 수단은 아닌 듯하다.
취득세가 특성상 세원이 노출돼 세수 확보가 쉽다는 점은 있지만 취득세율 누진은 자칫 주택시장과 거래를 왜곡시킬 수 있다. 만약 세율의 차등 적용이 불가피하다면 왜곡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허용돼야 할 것이다. 세수 보전은 세제 체계 안에서 찾는 것이 원칙이다. 주택시장에서 세수를 늘리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세수를 늘리려다 자칫 주택 거래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타당성 있는 세정 철학이 요구된다.
주택시장은 이제 장기 변화를 시작하는 출발선에 있다. 주택 가격이 급등해 시세 차익을 크게 낼 수 있는 시장은 이제 없다. 주거 목적으로 집을 사려는 수요가 안정적으로 이어지도록 돕기 위해서는 외적 변수의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가격과 거래 안정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바탕으로 주거 안정이라는 목적도 달성할 수 있다. 취득세 인하는 단순히 거래량만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반대 지자체 세수 줄어 재정 악화…주택만 적용…조세평등 위반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부의 재분배나 경기 활성화, 부동산 투기 억제 등을 위해 조세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택 취득세를 정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침체된 주택 경기를 살리기 위해 취득세 세율을 영구적으로 인하할 것을 주장했다.
정부는 취득세율을 내리기로 하고 과표 구간별 인하 폭 등 구체적인 내용을 이달 중 확정하기로 했다. 취득세율의 구체적인 인하 폭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현재 △9억원 이하 주택은 2% △9억원 초과 주택은 4%를 적용하는 것을 적용구간은 유지하면서 세율을 낮추는 방안, 구간을 세분화해 인하율을 조정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또 1주택자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 등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득세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우리나라의 취득세 부담이 다른 나라보다 크고, 취득세의 세율을 내려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할 수 있으며, 취득세율 인하로 인한 지방 재정의 손실은 세수보전이나 보유세를 강화해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그 어느 하나도 타당성이 없다.
한국 주택 거래비용 3.5%…佛·獨 등 선진국보다 저렴
첫째, 우리나라의 취득세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는 단지 취득세만을 비교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타당성을 인정하기 힘들다. 부동산 등을 취득하는 사람에게 취득세는 중개수수료 등과 같은 여러 가지 거래 비용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취득세만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중개수수료 등을 포함한 전체적 거래 비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 경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부담이 낮은 수준이다. 중개수수료 등을 포함한 거래 비용은 프랑스가 집값의 13.10%, 독일은 11.10%, 미국은 8.60%, 일본은 6.31%, 영국은 5.60%다. 반면 우리나라는 3.58%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우리나라의 거래 비용은 다른 나라보다 낮기 때문에 취득세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둘째, 취득세율을 내려 주택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주장 역시 정당성을 인정하기 힘들다. 과거 주택 거래가 활발했던 이유는 기본적으로 값싼 분양가 덕분에 취득한 주택을 잠시 보유한 뒤 양도차익을 남기고 처분해 더 큰 주택을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시장 가격대로 분양하고 있어 근본적으로 차익이 발생하기 힘든 구조다. 거래 자체가 빈번히 일어나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또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과거처럼 주택 등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기를 기대하긴 힘들다. 따라서 취득세율을 내린다고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고, 단지 지방자치단체의 세수만 줄어 재정을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셋째, 취득세율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분은 보유세를 강화해 보충하면 된다는 주장도 성립하기 어렵다. 9억원 이하의 주택은 1%로 내리고 그 이외의 주택은 2%로 내리는 방안의 경우 약 3조원의 지방 세수가 줄어든다는 분석이 있다. 보유세인 재산세를 강화해 손실분을 보전하기 위해선 지금의 재산세 세율을 최소 50% 이상 높여야 한다.
그런데 취득세는 부동산 등을 취득할 때 한번 내면 끝나지만 재산세는 매년 내야 한다. 이처럼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면 조세 저항에 부딪힐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2005년에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고 과세표준을 상향 조정해 보유세 부담이 늘었을 때 납부 거부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취득세는 결과적으로 재산세를 미리 낸다는 성격도 갖고 있어 취득세를 내리고 재산세를 올린다는 말 자체가 모순이다.
취득세 내리고 보유세 강화 땐 稅부담 급증…저항만 심해져
또 지방 재정의 손실을 재산세로 보전한다는 것은 지방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말이다. 취득세는 광역자치단체 세목이지만 재산세는 기초자치단체 세목(서울시의 경우 예외적으로 공동세의 형태로 운영)이라 세수의 귀속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취득세율 인하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주택에 한한다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우리나라의 취득세는 부동산·차량·기계장비·항공기·선박·입목·광업권·어업권·골프회원권·승마회원권·콘도미니엄 회원권 또는 종합체육시설 이용회원권을 얻은 사람에게 부과하는 조세다.
이처럼 여러 물건에 취득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유독 주택에 대한 세율만 내리는 것은 조세법의 양대 원칙 중 하나인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자산과의 형평성뿐만 아니라 동일한 부동산인 토지나 상가 등과 달리 주택만 낮은 세율을 적용할 근거가 없다.
결과적으로 일정한 주택에 한해 취득세율을 영구적으로 내리는 것은 그 타당성을 인정하기 힘들다. 지방재정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취득세율 인하는 지방세정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다. 이보다는 지금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은 표준세율제도를 각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현재 취득세의 세율 구조는 표준세율구조라서 각 지자체는 세율의 50% 범위 내에서 가감 조정할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취득세율을 내리기로 결정한 이상 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하폭을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 이 경우 지자체의 재원 보전이 문제인데 보유세를 강화하기보다 현재 부가가치세의 5%를 지방소비세로 돌리는 것을 일본처럼 20% 정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방재정을 강화시킬 수 있는 세제개편이 우선 순위로 다뤄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조세를 통해 소득재분배를 달성할 수 있고 경기를 활성화시키며 투기를 억제할 수 있는 등 조세 제도를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도 만병통치약이 존재하지 않듯이 조세는 정책적인 목적 등 부수적인 목적보다는 본래 기능인 재정 조달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읽을 만한 자료
▷권주안·황은정(2013) “취득세 감면과 주택거래량 변화”(주택산업연구원)
▷허윤경(2013) “주택세제 개편 필요성과 방향”
▷한재명 외(2011) “거래세율 인하가 주택거래량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연구”
▷김완석·정지선, 자동차 관련 취득세와 자동차세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 간 조세경쟁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한국세무학회, 2013.7.3
▷임상수, 취득세 감면이 주택 수요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서울도시연구 제14권 제2호, 2013.6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보도자료,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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