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전자상거래·광고와 결합
모든 서비스의 플랫폼으로 진화
구글, 검색기업서 지도업체로 진화
아마존·노키아 등도 뛰어들어
“심심할 때면 지도를 보곤 해요. 몸은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지도로 세계 어디든 갈 수 있거든요.”
회사원 이민선 씨(27)는 ‘지도로 여행하기’가 취미다. 구글 지도로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서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 주택가의 좁다란 골목, 몽골의 드넓은 초원까지 다 둘러볼 수 있다.
그는 “스트리트뷰를 보면서 뉴욕의 거리를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심지어 뉴욕 현대미술관(MoMA) 안에 들어가 미술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여름 휴가철에 비행기를 타고 직접 가기도 한다.
지도가 모든 활동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가까운 병원이나 맛집을 찾는 것은 기본이다. 가까운 곳에 있는 택시를 부르거나 빈 주차장 공간을 찾아주는 모바일 서비스도 등장했다. 구글이나 네이버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지도로 옮겨오고 있고, 운동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은 자기가 걷거나 뛴 거리를 지도에 표시해주기도 한다. 사회 운동, 학술 연구, 정부 정책도 이제는 지도를 통해 이뤄진다.
○‘무엇’보다 ‘어디서’가 중요해져
‘검색은 이제 구글의 핵심 서비스가 아니다.’ 최근 구글의 행보를 지켜보던 미국의 언론들이 내놓은 평가다. 구글이 세계 최대 검색회사를 넘어 세계 최대 지리정보업체로 진화하고 있고, 지도가 구글의 핵심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2005년 ‘구글 맵스’를 내놓고 지도 서비스에 뛰어든 구글은 모든 오프라인 정보를 지도에 담겠다는 목표로 매년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카메라가 달린 자동차로 거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는 스트리트뷰 서비스는 현재까지 8억467만㎞에 이르는 거리의 모습을 담았다. 지구와 달 사이(38만4400㎞)를 1000번 이상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2011년에는 실내지도 서비스를 시작해 그동안 미개척 영역이었던 건물 안 정보에 진출했고, 지난해에는 이용자의 주변 지역 정보를 알려주는 ‘구글 나우’라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조원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이전에는 지도가 단순 길찾기 용도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자상거래 등과 결합하면서 모든 서비스의 플랫폼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는 ‘무엇을’ 검색하느냐뿐 아니라 ‘어디서’ 검색하느냐도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이 8일(현지시간) 모바일용 구글 지도에 지역 광고를 붙이기로 발표한 것에도 이런 의도가 드러난다. 이용자가 구글 지도로 검색할 때 그와 가까이 있는 업체를 지도 하단에 표시해 지도를 통해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길을 마련한 것이다.
○지도서비스 경쟁 불붙어
지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국내외 정보기술(IT) 업체들도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9월 발표한 iOS6부터 기존의 구글 지도를 자체 제작한 ‘애플 지도’로 교체했다. 부족한 완성도 때문에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지난 7월 로케이셔너리와 홉스톱이라는 벤처기업 두 곳을 인수하며 서비스 품질 개선에 나섰다. 로케이셔너리는 지도에서 유명한 장소나 잘 알려진 식당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개발했고, 홉스톱은 목적지까지 도보나 택시, 지하철 등으로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을 안내해준다.
노키아는 2008년 나브텍을 인수해 풍부한 지도 데이터를 확보했다. 아마존은 온라인 쇼핑몰 구매 고객의 취향을 반영해 근처에 위치한 매장을 추천하는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지역상거래업체 ‘리빙소셜’에 투자하는 한편 작년 7월 3차원(3D) 지도업체 업넥스트를 인수했다. 신사업 확장으로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의 사업영역이 겹치면서 경쟁사의 지도 서비스에 의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한국의 NHN 역시 네이버 지도를 강화하는 데 힘쏟고 있다. 작년 말 코엑스나 강남역 지하상가 등에 대한 실내지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이용자의 위치와 시간대에 따라 검색어를 추천해주는 ‘주변 핫검색’을 도입했다. 다음도 4대 궁궐과 종묘의 모습을 보여주는 ‘문화유산’, 맛집·병원·펜션 등의 실내를 보여주는 ‘스토어뷰’, 건물을 3D로 보여주는 ‘3D지도’ 등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정책수립 시민운동에도 활용돼
정부가 정책을 펴는 데에도 지도가 중심이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공간정보와 행정정보를 결합한 ‘공간 빅데이터’를 2017년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집중 호우가 내릴 때 침수예상지역을 파악하고, 부동산 임차시장 수요 패턴을 분석하는 데도 쓰이게 된다. 또 도로, 하천 등의 국유지가 건축물에 무단 점유되는지도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대기오염 지도, 기상청에서는 풍력자원 지도를 만들어 학술연구와 정책 수립에 활용하고 있다.
시민단체도 지도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도시계획을 공부하고 미국 머해리 의과대학 조교수로 있는 임완수 박사는 올초 한국에 ‘커뮤니티맵핑센터’를 세웠다. 장애인도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식당, 청소년 유해시설 등을 지도에 표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임 박사는 “우리 동네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직접 눈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데 지도의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한 시민단체에서 출발한 ‘히스토리핀’도 유럽 미국 호주 일본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도에 각자가 사는 지역의 역사를 담은 옛날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려 해당 지역의 자연환경과 시가지 보전, 지역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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