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용품 업체들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맞벌이 부부를 대신해 조부모들이 손주를 키우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마케팅 대상이 바뀌고 있는 것. ‘황혼육아’ 시대의 새로운 풍속도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조부모가 손주 육아를 맡고 있는 경우는 250만가구에 이른다. 510만가구가 맞벌이를 하고 있으며, 이 중 50%가 조부모에게 육아를 맡기고 있는 것이다.
유아용품 업체들은 이런 추세에 맞춰 조부모가 사용하기 편한 유아용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유아용품 업체인 요미아시아는 최근 버튼만 누르면 60초 안에 우유가 모유 온도인 32~34도로 데워지는 젖병 ‘요미’를 내놨다. 회사 관계자는 “직감에 의존해 젖병을 데우던 할머니들이 좀 더 정확하고 편리하게 온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토미티피도 최근 스마트 온도 센서를 내장한 ‘안티콜릭 플러스 젖병’을 출시했다. 분유가 아이에게 위험한 고온이면 핑크, 적정 수유 온도는 파란색으로 보여준다. 토미티피 측은 “색깔만으로도 분유 온도를 알 수 있어 나이드신 분들이 사용하기에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아이를 안거나 목욕시킬 때 힘이 덜 들게 하는 제품들도 나와 있다. 맨듀카는 아이를 안을 때 허리에 가해지는 무게를 분산시킬 수 있도록 아이띠에 허리 패드를 적용했다. 옥소토트는 아이를 목욕시키기 위해 쭈그려 앉았을 때 무릎 통증이 생기는 것을 방지해 주는 무릎 보호 매트를 내놨다.
다양한 강좌를 마련해 육아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산양분유를 만드는 일동후디스는 예비 할머니들을 위해 ‘후디스맘 아카데미 마담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2010년 이후 매년 2~3회 진행되는 이 행사에선 ‘현 시대에 맞는 할머니식 양육법’ ‘할머니가 들려주는 동화구연’ 강좌 등이 열린다.
업계 관계자는 “조부모가 유아용품 구매자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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