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제개편안에 대한 정치권의 선동적인 논평들

입력 2013-08-09 17:31   수정 2013-08-09 21:23

정부가 엊그제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대해 정치권에서 비판이 쏟아진다. 여야 모두 ‘사실상 중산층 증세’라며 원안대로는 국회 통과가 안 될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사실 이번 개정안은 비난받아 마땅한 구석이 많다. 돈 쓸 곳은 늘었는데 더 걷을 데는 마땅치 않으니 현재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을 좀 더 쥐어짜고 보자는 식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세제개편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비뚤어진 시각이다. 여야 모두 대안도 없이, 그저 무책임한 비난을 쏟아내는 데만 급급하다. “대기업 부유층은 그대로 놔둔 채 유리지갑만 털어 중산층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라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평가도 그렇다. 세법개정으로 연소득 3450만원이 넘는 434만명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더 분명한 변화는 소득상위층의 부담이 중·하위층에 비해 훨씬 커지게 된다는 점이다. 대기업 역시 R&D와 설비투자 등 각종 공제축소로 세금 부담이 는다. 그런데도 이를 마치 중산층 및 서민층만 세금을 더 내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고약한 정치 선동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새누리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새누리당은 당정 협의 때부터 이렇다 할 대안도 없이 “중산층 증세는 곤란하다”는 레토릭만 되풀이해 왔다. 그러던 차에 막상 정부안이 나오자 “중산층 표 다 떨어지게 생겼다”며 정부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 안간힘이다.

‘사실상 증세’가 불가피했던 이유는 뻔하다. 정치권의 경쟁적인 퍼주기 복지공약이 초래한 당연한 귀결이다. 그런 정치권이 이제 와서 ‘중산층 증세’ 운운하며 비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진실은 가리고 그저 정치적 이득만 얻으려는 ‘쇼’에 불과하다. 보편적 복지의 재원을 조달하는 데는 보편적 납세가 불가피하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자세로 알릴 것은 제대로 알리고 합리적인 재원마련 대안을 찾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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