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사람이다. 한국을 떠나서 더 많은 우리나라를 알았고 그것을 표현했으며 또 생각했다. 파리라는 국제 경기장에 나서니 우리 하늘이 역력히 보였고 우리의 노래가 강력히 들려왔다.”
수화 김환기 화백(1913~1974)은 1950년대 파리에서 활동할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우리의 민족적인 화풍을 국제 화단에 알리려 항상 새로운 눈으로, 처음 뜨는 눈으로 작업할 것”이라고 다짐했던 그였다.
‘예술이란 강력한 민족의 노래인 것 같다’고 했던 김 화백은 매일 16시간 이상 작업에 몰두하며 달항아리와 여인, 매화, 산, 달, 새 등 향토적인 이미지를 동양적인 우주관으로 담아냈다.
올해로 탄생 100년을 맞은 김 화백의 열정적인 삶과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판화전 ‘산월(山月)의 노래’가 12~30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에서 펼쳐진다. 이번 전시에는 1956년 작 ‘여인과 매화와 항아리’를 비롯해 1950년대 작 ‘답교’, ‘사슴’(1957), ‘항아리와 매화’(1956), 점화 ‘10만개의 점’ 등 시대별 주요 작품 20여점이 소개된다. 서울 구상 시대(1937~1956), 파리 시대(1956~1959), 뉴욕 시대(1963~1974) 등 작가의 전 작업 시기를 판화로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전남 신안에서 태어난 김 화백은 1933~1936년 일본 니혼대 미술학부에서 추상미술을 배웠다. 1937년 귀국한 뒤 6·25전쟁 전후 격동기를 거쳐 파리, 뉴욕에서 활동한 그는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체험했다. 동양의 직관과 서양의 논리, 구상과 추상을 결합하고 버무려 독창적인 한국미를 선보였다.
전시작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1956년 작 ‘항아리와 매화’. 김 화백이 파리 베네지트화랑의 개인전에 출품했던 작품이다. 그동안 해외에 소장됐다가 2011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15억원에 낙찰돼 주목받았다.
1973년에 작업한 추상화 ‘10만개의 점’도 판화로 만날 수 있다. 뉴욕 밤하늘의 별과 은하수의 오묘함을 바라보면서 고국의 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점으로 묘사했다. 세상을 떠나기 한 해 전인 1973년 작 점화 ‘하늘과 땅’도 걸린다. 마치 도를 닦는 수도승처럼, 혹은 무심한 마음으로 도자기를 빚는 도공처럼 하늘과 대지의 풍경을 눈부신 푸른 점으로 표현한 게 흥미롭다.
파리 시절 즐겨 그렸던 달항아리, 매화, 달 등 한국적인 모티브를 반영한 작품들도 관람객을 반긴다. 2004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2억5244만원에 팔린 ‘답교’, 자연의 서정을 노래한 ‘달밤의 화실’, 한국인의 영혼과 세포까지 은은한 색으로 묘사한 ‘항아리’ 등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펼친 파리 시대 대표작들이다. 파리에서 서울로 돌아와 그린 1959년 작 ‘달과 매화와 새’에선 형태를 생략하고 초현실적인 미감으로 응축해낸 민족의 정한이 느껴진다.
(02)360-41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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